환경부는 8월 26일 시민단체와 함께 터널공사가 산에 미치는 영향을 공동조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환경부가 발표한 것은 공동조사 결과가 아니라 환경부만의 단독조사 결과였다.
8월 26일의 합의는 곽결호(郭決鎬) 환경부 장관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면담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공동조사를 약속하는 합의서도 공개됐고 공동기자회견도 가졌다. 또 환경부 간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사이좋은 모습으로 사진도 함께 찍었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 합의를 뒤집고 단독으로 조사를 한 뒤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시민단체에는 단독조사를 한다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고 이날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는 귀띔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환경부가 온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이 전부 ‘쇼’였단 말이냐. 이렇게 비신사적으로 나올 줄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조사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고속철도공단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바람에 공동조사가 무산됐다”며 “시민단체하고만 공동조사를 할 수도 없었고, 법원에 제출할 자료를 소송 당사자인 시민단체에 사전에 알려주기도 곤란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이 같은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동조사가 어려워졌다면 당연히 시민단체에 사실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의 이런 경솔한 대처 때문에 이제 천성산 터널공사가 산의 습지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는 2차적인 문제가 됐다. 장관까지 직접 나서 이끌어 냈던 합의를 어긴 환경부.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경우 이번에는 도대체 누구를 앞세워 어떤 명분으로 이 갈등을 조정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완배 사회부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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