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가에서 환경·생명운동가로 변신한 김지하(사진) 시인은 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6’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환경운동이 새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 천성산, 사패산, 시화호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한국의 환경운동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면서 “이는 이론 정립 없이 너무 실천에만 매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03년부터 경기문화재단이 매년 개최해 온 세계생명문화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시인은 “제가 생명문화포럼을 시작할 때 환경운동가들은 ‘필드워크가 텍스트’라며 이를 외면했는데, 이론과 실천이 하나 되는 삶은 성인(聖人)의 것이지 대중의 것이 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환경운동의 구체적 실패 요인으로 △현장 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지원해야 할 문화운동이 현실과 괴리된 채 ‘초현실주의’로 흘러갔고 △현장 운동은 국민의 의식 전환이나 법·제도적 변화는 외면한 채 사회적 이슈 제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고비용 저효율의 운동’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시인은 특히 환경운동이 법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것은 현재의 인간중심적 법철학의 테두리 내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며 비인격적인 동식물이나 비생물적인 물 공기 토양을 훼손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의식과 제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문화혁신운동은 탄탄한 이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
그는 20∼23일 나흘간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릴 제4회 생명문화포럼을 통해 지난 4년간의 이론 모색을 일단락 짓고 교육운동 등의 실천과정에서 이를 연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지금 당장 그 이론의 구체적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세계적 이론가들과 접촉하면서 민족주의적 색채를 벗고 글로벌의 시각을 많이 갖추게 됐다”며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다보스포럼이나 좌파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세계사회포럼과는 또 다른 제3의 세계포럼으로 생명문화포럼이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명사상과 전 지구적 살림운동’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에르빈 라즐로 헝가리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엔리케 두셀 멕시코 국립대 철학과 교수, 게오르크 빈터 독일 환경경영국제네트워크(INEM) 설립자 등 18개국 26명의 해외학자가 참석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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