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고구마로 에너지-식량-건강문제 해결에 도전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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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고구마 셋이 모였다. 신세대답게 톡톡 튀는 개성을 뽐낸다. 지난달 24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에서 열린 ‘친환경 바이오에너지 심포지엄’에서 이들 신세대 고구마의 면면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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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형―전분으로 알코올 만들어 車연료로

고구마의 잎에서 광합성이 일어나면 당(糖) 성분이 만들어진다. 당이 여러 개 연결돼 덩치가 커지면 녹말(전분)이 된다. 전분은 대부분 뿌리로 내려가 저장된다. 이것이 고구마다.

전분에는 두 종류가 있다. 당이 긴 사슬처럼 연결된 것은 아밀로오스, 사슬에 가지가 쳐진 모양으로 연결된 것은 아밀로펙틴이라 부른다.

당화는 고구마에서 전분을 뽑아 다시 잘게 분해하는 과정이다. 전분을 당화하려면 아밀로펙틴보다 아밀로오스 함량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아밀로오스의 구조가 더 단순해 분해가 쉽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아밀로펙틴은 적게 아밀로오스는 많이 함유하도록 고구마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아밀로오스를 만드는 유전자는 하나뿐이지만 아밀로펙틴을 생성하는 데는 유전자가 무려 8가지나 필요하다. 아밀로오스 함량을 높이려면 이 8가지 유전자를 억제해야 하는 것.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김선형 교수는 “8가지 유전자를 각각 얼마나 억제할지 결정하는 게 아밀로오스 함량 조절에 중요하다”며 “현재 아밀로오스 함량이 33%인 고구마를 개발했고, 5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보통 고구마에서 아밀로오스는 15% 정도.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는 알코올과 휘발유를 85 대 15의 비율로 섞은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2008년경 발표할 예정이다. 식물 전분에서 얻은 알코올은 황 같은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 스트레스 내성형―추위,염분 견디고 사막서도 쑥쑥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독성 물질인 활성산소가 생긴다. 특히 광합성이 일어나는 기관인 엽록체에서 활성산소의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망가뜨려 식물을 빨리 늙거나 병들게 한다.

생명연 환경생명공학연구센터의 과학자들은 엽록체에 항산화효소를 만드는 두 가지 유전자(SOD, APX)를 집어넣었다. 항산화효소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물질. 항산화효소 유전자가 들어간 고구마는 추운 지방이나 수분이 부족한 땅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염분 같은 화학물질도 식물에는 스트레스다. 연구를 주도한 곽상수 박사는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로 전환할 경우 상당 기간은 염분이 많아 농사가 어려울 것”이라며 “염분에 잘 견디는 고구마를 개발해 심으면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의약품형―돼지 배도 불리고 설사병도 예방

의약품형 고구마를 먹은 돼지는 따로 설사 예방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 먹으면 배도 부르고 병도 예방하니 일석이조인 셈.

식물의 조직을 떼어내 배양접시에 담아 영양분을 주면 세포 덩어리(배양세포)가 생긴다.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과 영양분을 잘 조절하면 배양세포 중 일부가 동물 배아와 식물 종자에 해당하는 ‘체세포배(胚)’를 만든다. 여기에 원하는 유전자를 넣어 키우면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 식물로 자라게 된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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