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어 있는 열등감, 공격본능 자극
악플러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없고 심리적 열등감으로 위축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돼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마음속 억압된 감정을 발산하면서 순간순간 긴장감과 짜릿한 느낌을 맛보려 하는 것이다. 악플러들은 주로 학생이나 무직자가 많다. 성격이 소심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독신자도 악플러가 되기 쉽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성인 악플러는 드러나는 곳에 나서지 못하고 숨어서 감정을 배설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청소년이나 미성년자인 악플러는 사안에 대한 깊은 사고나 판단 없이 생각나는 대로 재미로 행동한다”고 말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찬영 교수는 “악플은 알코올 의존증이나 도박 중독과 같이 강박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면서 “악플러는 하지 말라고 하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수록 더욱 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고 말했다.
악플러의 심리 이면에는 공격적인 본능이나 남에게 칭찬받고 싶고 남보다 잘나고 싶고 남을 지배하고 싶은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짜릿한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을지병원 정신과 신홍범 교수는 “자신은 특별하므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기애적 인격 장애’인 사람들이 악플을 달기 쉽다”면서 “이들은 다른 사람을 자주 부러워하며 오만하고 건방진 태도를 지니기 쉬우며 자신의 악플로 상대방이 어떤 느낌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되도록 무시하고 잊어야 스트레스 덜 받아
악플을 당하면 길을 가다 모르는 사람한테 갑자기 욕을 먹거나 난데없이 구정물을 뒤집어쓴 느낌이 들게 된다. 악플에는 진실과 이성과 윤리와 논리가 없다. 비판과 거짓이 있을 뿐이다.
최창호(HR 컨설팅 대표) 사회심리학 박사는 “악플을 보면 대중 앞에서 모욕을 당한 것이므로 심리적 충격이 있을 수 있고 자꾸 그 생각이 되풀이돼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사람마다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다르긴 하지만, 심하면 불안, 우울증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단 악플은 되도록 무시하는 게 좋다. 보았다 하더라도 미성숙한 아이나 열등한 성인의 행동으로 치부하며 애써 잊어버리려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명예훼손 땐 캡처해 수사 의뢰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에 관한법률 44조 1항은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인해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 요구 또는 반박의 글을 게재할 권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해당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악플이 계속 달리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 윤리위원회 신고상담실(02-3415-0113)을 이용하면 좋다.
심한 명예 훼손이 있는 내용이라면 악플을 캡처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02-393-9112)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7월부터는 인터넷에 댓글 실명제가 도입되며 피해를 봤을 경우 악플 게시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도 있다. 또 악플 삭제 요청 시 관리자는 악플이 일정 기간 안 보이게 할 수도 있으며 악플 피해를 전담하는 분쟁조정위원회도 정통부 내에 신설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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