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팀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북한이 8강에 오르자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에게 “북한을 이길 팀을 만들라”고 해서 1967년 탄생한 팀. 북파 공작원을 실미도에서 훈련시켰듯이 양지팀은 서울 이문동 중정 내에서 합숙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당시 양지팀 주장이었던 허윤정(70) 씨는 “총은 안 들었지만 북한을 무찌르려고 혹독한 훈련을 받았지. 하지만 단 한 번도 싸우지 못했어.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지만 지금 남쪽에 온 이찬명이라도 만나 얘기라도 해야 여한이 없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허 씨는 11일 당시 멤버들과 함께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찾아 이찬명 단장이 이끄는 북한청소년(17세 이하)대표팀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다. 국정원이 마련한 전현직 체육대회에 참가해 축구를 하며 북한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회택 김호 조정수 이영근 정병탁 김삼락 정규풍 오인복 서윤찬 박수일 최재모 김영섭 최운향 등 당시 멤버 13명도 자리를 함께한다. 축구자료수집가 이재형 씨도 특별 초청됐다.
당시엔 ‘무찌르자 괴뢰 북한’이란 구호로 탄생했지만 이번엔 1966년 8강 신화의 주역인 이 단장을 만나 남북 축구 발전에 대해 얘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북한청소년대표팀은 7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준비차 지난달 말 남한에 와 전국을 돌며 훈련을 하고 있다. 조정수 서울시축구협회 부회장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