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단원 : ‘우리는 모두 형제다’- 시애틀 추장[문학(교학사), 독서(박영사)], ‘미래의 무기, 생물자원’- 이인규[독서(케이스)]
<교과서 읽기>
(가)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 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紅人)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백인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 버리지만, 우리가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땅을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우리 홍인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워싱턴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온 것은 곧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달라는 것과 같다. 대추장은 우리만 따로 편히 살 수 있도록 한 장소를 마련해 주겠다고 한다. 그는 우리의 아버지가 되고 우리는 그의 자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안을 잘 고려해 보겠지만, 우리에게 있어 이 땅은 거룩한 것이기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울과 강을 흐르는 이 반짝이는 물은 그저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피다. 만약 우리가 이 땅을 팔 경우에는 이 땅이 거룩한 것이라는 걸 기억해 달라. 거룩할 뿐만 아니라, 호수의 맑은 물속에 비친 신령스러운 모습들 하나하나가 우리네 삶의 일들과 기억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물결의 속삭임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는 목소리이다. 강은 우리의 형제이고 우리의 갈증을 풀어준다. 카누를 날라주고 자식들을 길러준다. 만약 우리가 땅을 팔게 되면 저 강들이 우리와 그대들의 형제임을 잊지 말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형제에게 하듯 강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나) 지구상의 생물들이 많고 적은 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1992년 6월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되었던 ‘유엔환경개발회의’는 생물의 종에 대한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 까닭은,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생물의 종수는 곧 그 나라의 생물자원의 양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며, 동시에 장차 그 나라의 부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물자원은 장차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무기로 바뀔 수 있음을 예고하였다. 그래서 생물자원의 부국들, 이를테면 브라질, 멕시코, 마다가스카르,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등은 현재 전 세계를 대표하는 경제 부국으로 일컬어지는 G7 국가들처럼, 전 세계에서 생물자원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자원 부국들이라 하여 ‘M(megadiversity)7 국가들’로 불리고 있다. 우연히도 G7 국가들이 전 세계 부의 54%를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이들 M7 국가들도 전 세계 생물자원의 54%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들이 이 생물자원을 무기로 삼아 세계의 강대국으로 군림할 날이 머지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략)
결국 미래에는 생물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이 생존에 필요한 각종 자원을 자원 부국으로부터 얻어 써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이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엄청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일례로, 우리가 쌀 시장의 개방을 우려하는 것은, 이로 인하여 우리의 쌀농사가 위축되고 식량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질 때, 우리에게 식량을 수출하는 상대국이 그것을 무기로 삼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식량 자원이 무기화될 때 그것은 어떤 전쟁 무기보다 위협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과거 수백 년 동안 자국의 생물자원의 실태를 조사 기록할 수 있던 학문 발전의 역사를 지니지 못한 채 현대 학문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들게 되어, 이러한 자원 조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이를 위한 인력 양성의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 결과, 구체적으로 어떤 생물자원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지조차도 조사하지 못한 영역이 허다하다. 그래서 이와 같은 연구를 수행할 자연사 박물관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한 학문적인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미래의 국제 사회는 보다 다양한 생물자원을 더 많이 가진 나라일수록 새로운 강대국으로 군림할 것이 명백해진 이상,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지닌 이 땅의 생물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 보존해서 미래의 자원 부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범국민적인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논제> 제시문 (가)와 (나)에 나타난 자연에 대한 관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고,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의 관점을 비판하시오.
<논제 해설>
자연 환경은 인간 삶의 근원적 조건이면서도 본편의 제목처럼 현대 인간이 꼭 해결해야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에 자연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무척 다양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 논제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관점을 생각해보고 과연 우리는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할까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김용준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강사
※ 자세한 내용은 이지논술 홈페이지(www.easynonsul.com)를 참고하세요.
글 싣는 순서(언어) 1 언어와 매체 특성 2 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3 세계화와 우리 4 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5 물질적 조건과 삶 6 삶은 허무한가? 7 사랑과 삶 8 빠름과 느림 9 가족을 말한다 10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11 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12 희생, 사랑, 순종은 여성의 미덕인가? 13 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14 대학과 학문 15 지식인의 역할과 사명 16 노동은 천한 것인가? 17 애국주의의 명암 18 가난, 숙명? 자업자득? 19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20 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21 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22 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 삶의 본연의 모습? 23 영원한 소외 지대, 농촌 24 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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