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북쪽 호레바 거리에 세워진 체르노빌 국립박물관에서 건네받은 안내서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이 박물관에는 21년 전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 유류품과 희생자 사진이 전시돼 있다.
키예프를 지나는 드네프르 강 상류 강변에서는 연금 생활자들이 물고기를 낚은 다음 강둑에 버리고 있었다. 이들은 “데스나 강의 저주가 아직도 풀리지 않아 물고기를 갖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데스나 강은 체르노빌 발전소 옆을 지나는 강으로 키예프 북쪽에서 드네프르 강과 합류한다. 데스나 강에서는 지금도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발견돼 드네프르 강에서 잡은 물고기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택시운전사 빅토르 ;첸코(21) 씨는 수돗물을 세 번 정수한 물을 운전석 옆에 두고 마신다. 자신과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들이 한두 명씩 희귀병으로 죽어 가는 것을 목격한 뒤부터 그는 수돗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대형 의료시설인 보리스병원 의사들은 지금도 환자들에게 “방사능 오염 물질은 10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드네프르 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죽음의 재’로 불리는 방사능 낙진은 ‘오염이 덜 된 지역에 살아도 안심할 수 없다’는 공포를 일으키고 있었다. 키예프의 식당에서는 키예프 주변 지역에서 재배된 채소로 만든 요리는 손님들이 손을 대지 않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로 반감기가 70년 이상인 세슘이 지표면에 쌓여 채소 딸기 버섯 우유를 통해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의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규명되지 않은 후유증으로 생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만난 이리나(56·여) 씨는 “사고가 뒤늦게 알려지는 바람에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이 희귀한 악성 질병으로 죽었다”고 말했다.
박물관 안내자 안드레이 씨는 “원전 사고 뒤 세월이 많이 흘러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 사람들이 들어가는 등 안전 불감증도 엿보인다”며 “하지만 체르노빌 사고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핵 물질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경고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예프=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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