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가을 타는’ 셰익스피어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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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을 무대는 셰익스피어(사진)가 ‘접수’했다.

올해만 해도 ‘십이야’, ‘사랑의 헛수고’, ‘테러리스트 햄릿’, ‘뮤지컬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킹&햄릿’ 등 무려 12편이 9월부터 줄줄이 무대에 올랐다. 장르도 연극, 뮤지컬, 발레, 현대무용 등 다양하다.

올해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립극장의 ‘셰익스피어 난장’이 열린 것도 가을이었고 2005년 가을에도 국립극장과 경기 의정부 예술의 전당 등에서 총 12편의 셰익스피어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왜 유독 가을에 셰익스피어 공연이 몰리는 걸까?

우선은 금전적 이유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 단체 관객을 유치하기 유리하다는 것. 남기웅 서울연극협회 사무국장은 “셰익스피어는 비교적 쉽게 학생 단체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미예 동덕여대 영문과 교수는 “연극과 셰익스피어는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학생들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보고 리포트로 리뷰를 쓰게 하고 수업시간에 토론도 자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무대에 올렸던 극단 목화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전체 관객의 70%가량이 학생이었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막을 내린 ‘사랑의 헛수고’의 경우 영국 극단이 내한한 영어 공연이었음에도 매회 500여 명의 학생 관객이 들어 전체 관객의 40%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학생 관객 동원이 가능한 봄 신학기에는 왜 공연이 뜸한 걸까? 이는 지원금과 극장 대관 사정 때문이다. 보통 10월부터 각종 지원금 및 극장의 대관 신청이 시작돼 12월경에야 마무리되는데 대극장 규모의 공연이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준비해 올리기엔 봄 학기는 현실적으로 연습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공연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작품 인지도를 꼽을 수 있다. 김혜영 국립극장 공연기획팀장은 “작품성이 높은 공연 중엔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 많은데 이런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원작을 먼저 알아야 한다”며 “셰익스피어 작품은 고전 중 가장 인지도와 이해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9월 서울국제예술제의 참가작인 무용 ‘로미오와 유령 줄리엣’이나,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됐던 ‘십이야’, 6일 막을 올린 ‘테러리스트 햄릿’ 등은 관객이 원작을 알고 있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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