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 조류 12마리 박제… 오염된 갯벌도 표본 전시
충남 태안 앞바다를 검게 물들였던 허베이 스피릿호 기름 유출사고가 일어난 지 넉 달 반이 지났다.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 손길 덕분에 빠르게 회복됐지만 태안 생태계는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기름기를 걷어낸 뒤에도 갯벌과 모래, 바위 아래로 스며든 기름이 독성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정부는 태안 생태계가 사고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오려면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끔찍한 환경 재앙을 반복하지 말자는 뜻에서 마련된 ‘태안 기름 유출사고 특별전시회’가 이달 29일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시작된다. 9월 말까지 5개월간이다.
태안에서 자원봉사를 한 학생이 적지 않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시회를 구성했다.
지난해 12월 ‘긴급 생태계 훼손 실태조사’ 과정에서 죽은 채 발견된 뿔논병아리 논병아리 바다쇠오리 청둥오리 흰뺨오리 등 조류 12마리는 박제로 다시 태어났다.
기름기가 남아 있으면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어 기름은 완전히 제거했다. 사고 전후의 모습을 비교하도록 꾸몄다.
무늬발게 쏙 동죽 서해비단고둥 아무르불가사리 등 무척추동물 40점을 같이 전시한다.
기름에 오염된 갯벌 단면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원유가 스며든 모습을 잘 볼 수 있도록 태안 현지의 갯벌을 그대로 가져왔다.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와 해변, 자원봉사자가 쪼그리고 앉아 돌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는 사진 등도 선보인다.
전시교육과 홍수미 사무관은 “태안이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는 뜻에서 밝게 빛나는, 깨끗한 태안의 자연을 보여주는 사진을 마지막 지점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름 오염으로 폐사한 굴 껍데기를 이용해 만든 기념품 10여 점도 같이 전시한다. 환경부와 충남 태안군은 태안 사고를 상징하는 굴 껍데기 기념품을 태안 현지에서 일반인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정진섭 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은 “인간의 실수가 생명체와 생태계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쳤는지 쉽게 알도록 교육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다. 생생한 환경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국립생물자원관 가는 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계양 나들목을 나와 공촌사거리를 지나 직진하다가 연구단지 쪽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경인고속국도에서는 서인천 나들목→공촌사거리에서 좌회전→연구단지 쪽으로 우회전한다. 올림픽도로를 이용할 때는 행주대교 남단 나들목→수도권매립지 방향 진입→백석고가 아래에서 좌회전→공천사거리에서 우회전→연구단지 쪽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태안 특별전은 무료다. 평일과 공휴일 모두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5시 반 사이에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쉰다. 032-590-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