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매혹과 열광-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매혹과 열광-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한스 U 굼브레히트 지음·한창호 옮김/294쪽·1만4000원·돌베개

한국과 카메룬의 베이징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후반 23분 박주영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감아 찬 공이 카메룬의 골네트를 흔들자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이 ‘박주영’을 연호했다.

스포츠의 어떤 매혹이 이렇듯 수많은 관전자를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스포츠 마니아이자 미국 스탠퍼드대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미학적 관점에서 이를 분석한다. 그는 스포츠 매혹의 요소를 ‘결과를 극적으로 만드는 고통’ 등 7가지로 분석한다.

“무하마드 알리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기억할 만한 경기는 그가 육체적 파멸의 지경까지 밟아야 했던 조 프레이저와의 세 차례 경기다. 매혹은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가는 고통에서, 그 죽을 뻔한 경험에서 벗어나 결정적인 육체적 우위를 되찾는 상황에서 나온다.”

저자는 ‘인간과 도구의 공생 관계’도 스포츠의 매혹적 요소로 꼽는다. 스포츠에서 인간 기량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말이나 자동차 등 도구이며 선수가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것은 도구에 신체를 적응시키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과 기수 간의 통일과 조화야말로 마장마술 경기에서 평가받는 기량의 핵심이다”라고 말한다.

득점에 앞서 나타나는 ‘멋진 플레이’도 매혹적 요소 중 하나다. “멋진 플레이는 두 가지 이유로 우리를 놀랍게 만든다. 그 특별한 형식이 전문가들의 세트플레이(미리 수없이 연습해 놓은 플레이)라고 해도 보통 관중에게는 새롭고 놀라울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실제 경기에서 나타나는 플레이는 세트플레이를 넘어서기 때문에 코치와 선수들 자신에게조차도 의외다.”

저자는 이 같은 스포츠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하는 학계의 풍토를 지적한다. 오늘날 스포츠에 관한 많은 지적 담론은 운동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는커녕 유명한 선수들이 이룩한 업적을 죄다 과소평가하고 때로는 사정없이 매도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지어 스포츠를 사랑하는 학자라도, 막상 자신이 갈고닦은 개념을 적용할 때면 결국 스포츠를 바람직하지 않은 경향들의 어떤 증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빠지곤 한다”고 비판했다.

스포츠가 사회적 차별화와 구별에 기여한다고 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견해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판적 의견을 내놓는다. 테니스나 골프를 치는 일은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유용한 도구라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부르디외에게 감사하며 배운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스포츠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스포츠 관전을 미적 경험에 연결시키는 데는 주저하는 경향을 안타까워한다. 이들은 미적 경험은 책이나 음악, 그림 등 특정한 대상과 상황에서만 할 수 있다고 미리 선을 그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원래 자웅동체의 완결된 존재였는데 신의 저주를 받아 반쪽으로 쪼개진 후 그 나머지 반쪽을 찾기 위한 고된 여정으로서의 사랑이 시작됐다’는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표현을 통해 스포츠에 대한 동경을 말한다.

“나에게 (운동)선수들이란 그동안 내가 감히 차지하지 못했고 되지 못했던 나 자신의 나머지 반쪽인가?”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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