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그림은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철저하게 깨뜨린다. 인류사상 최초의 총력전인 제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후에 ‘아름다운 그림’ 따위는 더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일까.”
20세기 독일 화가 오토 딕스의 대작 ‘전쟁’을 본 저자의 감상이다. 일출로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턱 밑이 날아가거나 총탄 구멍으로 너덜너덜해진 병사들의 시체가 참호 속에 널브러져 있다. 그는 병사로 1차대전에 참전한 뒤 1929년부터 1932년까지 4년 동안 이 그림을 그렸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전쟁의 참상을 그림으로 그려온 그는 2차대전을 거치며 홍역을 앓는다. 독일인의 위대함을 내세우고 싶었던 나치 정부에 그의 그림은 혐오의 대상이었다. 작품은 ‘퇴폐 미술’로 비판받았고 그는 드레스덴 미술 아카데미 교수직에서 해임된다.
이 책은 에밀 놀데와 펠릭스 누스바움 등 1, 2차대전 시기 독일 화가들의 그림과 학살을 주제로 작업해 온 현대 사진작가 다니엘 살라사르의 작품을 다뤘다. 카라바조와 고흐의 그림을 욕망과 고통과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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