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샤를 뒤투아 씨(73·사진)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오랜 경험을 나눠주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8일 밤 도착해 8월 2일 미국으로 떠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한국과의 오랜 인연이 이곳에 다시 오게 했다”고 말했다.
뒤투아 씨는 올해 처음 열리는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LMF)에 참가하러 왔다. LMF는 거장과 신예가 함께 배우고 연주하는 일본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PMF)에서 큰 감동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씨(린덴바움 대표)가 PMF를 모델로 만들었다.
이 음악제에서 뒤투아 씨는 다른 기성 연주자들과 함께 ‘선생님’이 된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악장 출신인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 씨, 이탈리아 토스카니니 오케스트라 악장 미하엘라 코스테아, 스위스 로잔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 조엘 마로시 씨 등 세계 저명 교향악단 수석 13명이 함께한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한국의 젊은 연주자 100여 명이 2주간 이들에게 배우고 있으며 8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선보인다.
스위스 출신인 뒤투아 씨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바쁘게 지내면서도 PMF에서 3년간 예술감독을 맡았고, 내년 스위스 베르비어 페스티벌에는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향후 몇 년간 스케줄이 정해진 그는 여름휴가를 취소하고 한국을 찾았다.
29일 첫 리허설을 가진 뒤투아 씨는 “젊은이들이 잘 따라와서 놀랐다”면서 “아시아의 음악 발전을 직접 목도할 수 있어 무척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1974년 첫 한국 콘서트 때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사라 장의 아버지였다. 그 후로도 한국 오케스트라, 음악가들과 교분을 이어왔다. 음악제 참가 요청이 왔을 때 ‘당연히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음악제는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경험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자리”라면서 “나 역시 젊은이들의 연주를 듣고 공감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김 씨는 “출발은 미약하지만 한국 오케스트라 발전에 의미 있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