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노예主제퍼슨, 어떻게 인권에 눈떴나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인권의 발명/린 헌트 지음·전진성 옮김/320쪽·1만6000원·돌베개

“우리는 이 진리들을 자명하다고 여기는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그들은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특정 권리들을 부여받았는데, 이 권리들 중에는 삶, 자유 그리고 행복 추구가 있다.”

토머스 제퍼슨은 1776년 이 문장을 미국 독립선언문에 삽입함으로써 전형적인 정치 문서를 살아 있는 인권 선언문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로부터 13년 후 바스티유 감옥이 함락되기 몇 달 전인 1789년 1월 프랑스의 라파예트 후작은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초안을 만들었다. 이 선언의 제1조는 “인간은 자유롭게, 그리고 권리에 있어 평등하게 태어나 존재한다”로 150여 년 뒤에 만들어진 유엔 세계인권선언의 첫머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권의 역사를 만든 이들은 노예제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제퍼슨은 노예 소유주였고 라파예트는 귀족이었다. 저자는 여기에 주목했다. 선언을 처음 계획하거나 입안했던 이들은 어떻게 그들과 다른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상상하게 되었을까. 이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오늘날의 인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18세기 유럽에 유행한 소설 통해
계급-신분 뛰어넘는 공감 체험
美독립선언문-佛인권선언 등 불러

문화사가인 저자는 실마리를 18세기 유럽 소설에서 찾는 독창성을 보인다. 당시는 소설이 번창하기 시작한 시기로 특히 1760년대와 1780년대엔 서한(書翰)소설이 성행했다. 편지라는 형식 때문에 독자와 주인공은 심리적으로 동일체가 되기 쉬웠다.

새뮤얼 리처드슨이 쓴 ‘파멜라’에 등장하는 시녀 파멜라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고용주인 미스터 B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 편지를 쓴다. 소설 속에서 파멜라는 당시 통념과 달리 고용주와 동등하거나 심지어 더 나은, 자율성을 가진 인격체로 그려졌다. 18세기 독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며 사회적 신분을 뛰어넘는 공감을 경험했다.

심리적 동일시를 자극하는 18세기의 위대한 소설 세 편(리처드슨의 ‘파멜라’와 ‘클라리사’, 장자크 루소의 ‘신엘로이즈’)이 ‘인간의 권리’ 개념이 등장하기 직전에 출간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독자들은 이야기에 열광했다. 주인공의 처지에 따라 함께 전율했다는 편지가 저자에게 쇄도했고, 파멜라와 미스터 B가 결혼한다는 대목을 읽고 어떤 마을에서는 실제로 교회 종탑의 종을 울리기도 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열정적 몰입을 통해 당시 독자들은 공감의 감각을 창출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가 공감에 주목한 것은 그것이 자율성과 함께 인권 탄생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권리는 자율적인 인격을 전제로 성립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만민평등 사상을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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