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조정委, 롯데구단 제시 6억3000만원으로 결정… 역대 20건 중 구단이 19건 ‘판정승’
6억3000만 원 대 7억 원.
7000만 원의 차이를 놓고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까지는 치열한 난상 토론이 이어졌다.
애초에 1시간 정도면 끝날 것이라던 회의는 4시간 20분이 지나서야 결론을 냈다. 승자는 이번에도 구단이었다. 1984년 연봉 조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연봉조정위원회가 열린 것은 이번까지 모두 20차례. 그중 구단 제시액이 받아들여진 것은 19번으로 승률이 95%나 된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1974년 이 제도 도입 후 495건 가운데 210건을 선수가 승리했다. 왜 이렇게 다를까.
○ 자료 싸움에서 밀린다
조정위원회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총장, KBO 법률자문인 최원현 변호사,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박노준 우석대 교수, 김종 야구발전연구원 원장이다. 지난해 롯데 이정훈(현 넥센)의 연봉조정위원회 구성도 이번과 똑같았다. 위원들은 규약에 따라 KBO 총재가 지명한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구단과 선수, 그리고 선수노조의 동의를 얻은 3명의 변호사가 조정을 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이번을 포함해 그동안 연봉 조정 신청은 92건이 있었다. 조정위를 거친 20건을 빼고 72건은 선수와 구단 합의로 신청을 취하했는데 그중 31건은 선수 연봉이 상향 조정됐다. 이는 (조정위원 구성과 관계없이) 조정위까지 갈 정도면 구단이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식 위원은 “2002년 유지현(LG)이 유일하게 이겼을 때 조정위원이었다. 당시 유지현의 자료가 너무 꼼꼼하고 합리적이라 선수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이대호의 자료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에이전트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에이전트가 만든 자료와 국내 선수가 제출한 자료는 다를 수밖에 없다.
○ ‘한국형 조정제도’ 구단에 유리
조정위는 “다수결로 합의한 결론을 총재에게 재가받았지만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본보의 취재 결과 이날 구단의 손을 들어준 위원은 3명, 선수는 2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는 6억3000만 원을 제시하면서 “국민타자인 이승엽(당시 삼성)의 2003년 연봉 수준에 맞춰 자존심을 세워줬다”고 말했다. 반면 이대호는 “그때와 물가부터 다르다. 리그 최고인 7억 원은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김소식 위원은 “팀마다 특색이 있다. (삼성 등) 다른 팀과 비교하지 않았다”고 했고, 이 총장은 “한국 현실에 맞게 조정했다”고 했다.
박 위원은 “구단의 연봉 고과 평점을 꼼꼼히 살폈다. 연봉 고과는 구단과 선수가 합의한 내용 아닌가. 선수의 공헌도가 고과에 모두 나와 있어 타결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과거의 자료와 다른 구단 선수의 연봉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래저래 구단의 자료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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