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걸음. 아스팔트에서 발이 튕기듯 앞으로 나아갔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유니폼은 어느새 땀을 머금었다. 아스팔트에 흔적을 남기듯 땀을 연신 뿌려댔다. 다른 선수들이 지치기 시작할 무렵인 후반. 그의 표정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스프링 같은 걸음걸이도 여전했다. 해가 고개를 내밀면서 더워지기 시작했다. 걸음걸이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앞서 가던 선수들은 13명에서 어느새 5명으로 줄어들었다. 좀더 힘을 내보려 했다. 하지만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6번째로 결승선 통과했다. 변화 없던 얼굴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그대로 쓰러졌다. 정말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한국 선수 처음으로 '톱10' 안에
남자 경보 김현섭(26·삼성전자)이 한국 선수 처음으로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현섭은 28일 대구 시내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남자 경보 20km 결선에서 1시간 21분 17초의 기록으로 6위를 했다. 이번 대회 경보 코스는 대구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공원 앞을 출발해 중구청~한일극장을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2km 코스를 10차례 왕복하는 순환(루프)형으로 설계됐다. 경기 중반까지 2위 그룹 앞쪽에서 달렸지만 15km 구간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 선두 그룹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기록은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시간 19분 31초)에 2분 가까이 뒤졌다.
●비록 메달 걸지 못했지만 만족한다
결승선 통과 직후 탈진하듯 쓰러졌다. 몇 분 뒤 기력을 되찾은 김현섭은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렸어요.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만족합니다. 더운 날씨에 맞춰 훈련을 했는데 오늘 무덥고 습해서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경기를 하면서 힘들었다는 기억밖에 나지 않아요. 특히 14km에서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빨리 골인하자는 마음뿐이었던 것 같아요. 11월 26일에 결혼을 할 예정인데 메달을 신부 목에 걸어 주지 못해 아쉽긴 하네요."
●오늘이 한국의 실력…런던에서 다를 것
"메달도 따지 못했는데 축하 받으니 이상하네요." 경보대표팀 이민호 코치(47)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6위라는 성적이 이날까지 한국 선수단 성적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코치는 "오늘 실력이 한국의 실력이다. 아직은 러시아와 중국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성과다.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려면 1시간 18분대 중반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경보 50km 훈련을 병행하면서 20㎞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러시아의 발레리 보르친(25)이 1시간 19분 56초로 우승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참가 선수 중 46명 중 4명은 실격, 4명은 중도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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