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저장하고 수위를 조절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협곡과 유사한 지역에 저수지 형태로 물을 저장하는 댐(dam), 강바닥에 개폐식 수문을 설치해 물을 저장하고 흘려보내는 배리지(barrage), 수중보처럼 물이 일정 수위를 넘으면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도록 만든 위어(weir) 등이 있다. 우리나라 토목용어사전은 barrage(배리지)는 보로 번역하고, 댐과 위어는 영어 표현 그대로 쓴다.
▷잠실 신곡 등 한강수중보는 말로만 보라고 하지 개념적으로는 위어에 해당한다. 위어는 하천관리 방법 중에서 가장 친(親)환경적이다. 서울시장 야권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가 보와 위어 사이의 개념적 차이를 무시한 채 “보는 한강을 일종의 호수로 만드는 건데 없애는 것이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보를 철거하면 수위가 낮아져 서울시민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취수탑을 옮겨야 한다. 수조 원의 예산이 들고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요하다. 장마철을 제외한 시기에는 한강이 바닥을 드러내 모양도 흉하고 하수만 흘러 악취가 진동할 것이다. 신곡보를 철거하면 김포평야 일대에 물 확보가 어려워지고 밀물 때 소금기 섞인 물이 올라와 수질이 탁해질 위험이 있다.
▷금강 등 4대강에 설치되는 16개 보에 대해서는 4대강 개발 비판론자들은 보로 해석하려 하고 찬성론자들은 위어로 해석하려 한다. 4대강 보는 규모가 크긴 하지만 물이 일정 수위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위어에 가깝다. 그러나 둑의 높이가 높아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넘치지 않고 수문을 개폐해서만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면 보의 기능을 한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4대강 보는 정확히는 보와 위어의 절충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달 24일 충남 연기군에 위치한 금강 세종보가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다음 달 6일에는 금강 백제보, 8일 영산강 죽산보, 15일에는 한강 여주보와 강천보, 낙동강 구미보가 차례로 개방될 예정이다. 4대강 보는 위어의 특징이 많이 가미돼 전형적인 보인 배리지보다는 훨씬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돼 있다. 이제 누구든지 직접 가서 4대강 보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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