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달군 ‘나는 꼼수다’ 김용민 PD&‘슈퍼스타K’ 김용범 PD… 알고보니 친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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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PD(왼쪽)와 ‘슈퍼스타K’의 김용범 PD는 웃는 얼굴과 안경테,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취미까지 꼭 닮은 연년생 형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PD(왼쪽)와 ‘슈퍼스타K’의 김용범 PD는 웃는 얼굴과 안경테,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취미까지 꼭 닮은 연년생 형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나꼼수만 아니면 검색어 순위를 슈스케가 ‘올킬’할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김용범 ‘슈퍼스타K’ PD)

“슈스케 명성에 묻어가려고 동생 용범이가 저에 대해 쓴 수필을 블로그에 올려놨죠.”(김용민 ‘나는 꼼수다’ PD)

올 하반기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군 두 개의 키워드는 ‘나꼼수’와 ‘슈스케’였다. 공교롭게도 ‘나꼼수’의 김용민 PD(37)와 ‘슈스케’의 김용범 PD(36)는 연년생 형제다. 나꼼수는 오디오 파일 형태로 유통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다운로드 건수가 회당 평균 600만 건에 이른다. 김 PD의 ‘나는 꼼수다 뒷담화’를 포함해 나꼼수 관련 책 4권이 종합베스트셀러 20위권에 진입해 있다.

동생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간판격인 Mnet의 슈스케 1, 2, 3편을 연출했다. 지난해 슈스케2에선 배관공 허각이 우승해 ‘공정 사회’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올해 슈스케3에선 위암 말기 환자 임윤택 씨가 이끄는 ‘울랄라세션’이 우승을 차지해 감동을 주었다.

22일 동생이 일하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본사에서 만난 ‘뜨거운 형제’는 “6개월 만에 본다”며 기자를 제쳐두고 서로 안부를 묻느라 바빴다. 동생은 슈스케3를 막 끝낸 상태이고, 형은 나꼼수 연출 외에도 서버 관리 비용 마련을 위한 전국 투어 콘서트로 정신이 없다.

“둘 중 누가 더 유명한가”라고 물었더니 서로 “형이다” “동생이다”며 다퉜다. 형은 “동생이 슈스케 표도 구해줬다”며 자랑스러워했고, 동생은 “유명한 형 뒀다는 인사를 많이 듣는다”고 치켜세웠다.

형인 김용민 PD가 연출하는 ‘나는 꼼수다’ 스튜디오에 모여 있는 출연진(위쪽)과 동생 김용범 PD의 히트작인 Mnet의 ‘슈퍼스타K’. 시사in, CJ E&M 제공
형인 김용민 PD가 연출하는 ‘나는 꼼수다’ 스튜디오에 모여 있는 출연진(위쪽)과 동생 김용범 PD의 히트작인 Mnet의 ‘슈퍼스타K’. 시사in, CJ E&M 제공
잘나가는 나꼼수와 슈스케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형제의 해석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대중을 위로합니다. 슈스케는 ‘허각 같은 사람도 1등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고, 나꼼수는 남들이 하지 않는 얘기를 해 숨통을 틔워 준다고 ‘자뻑’을 하죠.”(김용민 PD) “슈스케는 기회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나꼼수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죠. 대중과의 공감이 열광을 이끌어냈다고 봐요.”(김용범 PD)

“동생을 나꼼수에 초청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형은 “동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나꼼수는 아슬아슬하다. 동생이 “소신은 있지만 위험하기도 한데 불굴의 의지로 방송하는 걸 보면 참…”이라고 하자 형은 “시비가 되는 게 스펙이다”라고 맞받았다. “나꼼수는 ‘편파적 방송’입니다. 편파에 대한 판단은 청취자에게 맡기는 것이죠. 최근엔 듣고 또 들으면서 문제될 부분을 잘라내느라 편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려요.” 나꼼수의 김 PD는 “관심이 높은 만큼 자체 검열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천사의 편집’이다”고 했다. 슈스케3가 일명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왜곡 편집 시비로 논란이 됐던 일화를 슬쩍 꼬집은 것.

형 김 PD는 1998∼2002년 극동방송과 케이블 기독교방송인 CTS PD로 일하다 시사평론가로 전업했다. 대학시절 신문을 공짜로 보기 위해 동아일보를 배달한 적이 있고, 지금도 오전 4시에 일어나 9개 일간지를 모조리 읽는 ‘신문 중독자’다. 동생 김 PD는 형 덕분에 외화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방송에 관심을 가졌고 2002년 Mnet에 입사했다.

형제는 “목사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며 소외계층에 눈을 떴다”고 했다. 형제의 아버지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홍익교회 김태복 원로목사. 나꼼수는 찬송가를 패러디하는 등 기독교를 자주 풍자하지만 형은 지구촌교회 ‘집사’이고, 동생은 온누리교회에 다닌다. 아버지 김 목사는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조직, 죄인의 공동체인 교회가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교회 풍자를 지지한다고 형은 말했다.

형제는 연말쯤 미디어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둘이 연사로 출연하는 토크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미디어 관련 직업을 갖고 싶으나 기회가 많지 않은 지방대생 등을 위해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형이 아이디어를 냈고, 동생은 공감했다.

동생은 미디어 기업의 팀장이고 형은 ‘조직에서 잘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인터넷 방송국을 차렸다. 방법은 다르지만 “미디어는 대중과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데는 생각이 같았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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