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하정우의 피로회복제는? “바로 야구 시청”● 영화 ‘의뢰인’ 속 LG 점퍼는 실제 동생 물건● “‘불펜’, ‘쌍마’ ‘프야매’ 게시판 섭렵하고 있어요”
<하정우 인터뷰 ①편에 이어>
“이거 재미있네.”
배우 하정우(34)가 야구 이야기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하정우는 지난달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와 ‘러브픽션’을 내놓았다. 연거푸 이어진 무대인사, 잡지 촬영, 인터뷰 등 홍보일정에 지칠 만도 했다.
스크린 속 하정우는 펄펄 뛰는 생명력을 보여줬다. ‘범죄와의 전쟁’에선 부산 최고의 주먹 최형배를, ‘러브픽션’에선 사랑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소설가 구주월을 연기했다. 절제된 언행과 카리스마로 상대를 압도하는 건달과 여자친구의 과거를 물고 늘어지는 지질한 남자. 그 간극을 하정우는 능청스럽게도 잘 소화해냈다.
그 덕분에 2월 2일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은 이미 400만 명이 봤고, 29일 개봉한 ‘러브픽션’도 개봉 이틀 만에 40만 명을 모았다. 이러다 하정우 혼자 대한민국 영화 다 찍겠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 그가 “야구 마니아”를 자처했다. 야구 커뮤니티를 시작해 지난해 경기를 줄줄 꿰고 있었다. 물 만난 고기였다.
- 개봉작들이 모두 사랑받고 있다. 그만큼 바쁘고.
“기분 좋다. 가장 보람된 순간이 아닌가 싶다. 3월부터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촬영에 들어간다. 요즘은 독어 배우고, 액션스쿨 다니고 있다. 아이돌 스케줄이다.”
- 지난여름 ‘범죄와의 전쟁’과 ‘러브픽션’을 찍었다. 그 사이에 ‘의뢰인’이 개봉했다. 치열한 순간이었겠다.
“낙이 야구 보는 거였다. 부산에서 ‘범죄와의 전쟁’ 촬영을 했을 땐 특히 그랬다. 나에겐 피로회복제였다. 낮 촬영 마치면 야구 볼 준비부터 했다. 야구가 끝나야 밥 먹었다. 그래서 야구 경기 있는 날은 밤 9시 넘어서 저녁을 먹었다.”
- LG트윈스 팬으로 알려졌다. ‘의뢰인’에서도 LG트윈스 ‘바람막이’를 입고 나오지 않나.
“MBC 청룡시절부터 팬이다. 그 옷은 동생(차현우) 꺼다. 나는 봉중근 선수 유니폼 가지고 있다. 동생도 LG ‘환자’고, 이대형, ‘작뱅’(이병규) 등 선수들과 친하다. 집에 온 적도 있다더라. 아쉽게도 그때 난 서울에 없었다. 난 (박)경수와 친하다. 얼마 전엔 (임)찬규 봤다.”
▶ 한국시리즈 시구, LG가 아닌 이상 무의미해
- 야구장엔 언제까지 갔나.
“2002년도. LG가 플레이오프 올라갔을 때 간 게 마지막이다. 가면 포수 뒤, 가운데 맨 위에 앉는다. 같이 가는 친구들이 다른 팀을 응원해도 같이 볼 수 있고, 중립적 위치 아닌가. 시야도 넓게 내려다보이고. 아, 지금도 정말 가고 싶다. 올해는 가볼까 생각 중이다. 2002년 이후엔 LG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 너무 속상해서. 김재현도 은퇴하고, 유지현도 떠나고. 하지만 또 돌아왔다. 김재박 감독 시절부터 다시 봤다. 그동안 시구 제의가 서너 차례 왔다. 그 중 한국시리즈도 있었다. 근데 거절했다. LG가 아닌 이상 시구할 의미가 없다 싶어서. 느낌 있지 않나. LG 팬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잠시 쉬고) 다른 팬들에게 욕먹는 건 아니겠지.”
- 야구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를 즐기는 걸로 알려졌다.
“그 게임 돌리다가 기자에게 들켰다. 그는 SK 팬이었다. 지금은 못 한지 좀 됐다. 루키로 강등되지 않았을까. 쌍마(LG트윈스 팬 게시판 ‘쌍둥이 마당’ 줄임말)도 들어가고 불펜(야구 커뮤니티 ‘MLB파크’의 자유게시판)도 들어간다. 어디 그뿐인가. ‘프로야구 매니저’ 게시판도 들어간다. 이렇게 3곳을 돌리고 있지. 어떤 아이디를 쓰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차마 아이디는 공개 못 하겠다.(웃음)”
- 올해 LG는 어떨까. 팬으로서 전망해보자면.
“김기태 감독이 와서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과 융합도 잘 될 거 같고. 어쨌든 세대교체가 된 거니까.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봉중근이 6~7월쯤에 돌아오고. 토미존 서저리는 정말 2번 확인해야 한다. (봉중근은 지난 시즌 중반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섣불리 복귀하면 안 된다.”
▶ “올해도 ‘속는 셈’ 치고, LG 응원해요”
- 요즘 LG가 승부조작 구설에 올랐다.
“안타까운 일이다.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
- 같은 팬으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LG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음…. 특히 2002년 이후 10년을 나도 똑같이 고통받고, 상처받았다. 그 사이 잃어버렸던 몇 년도 있다. 하지만 매년 LG를 응원한다. 올해도 개막일을 기다리고,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LG 팬 분들도 힘내시고, 올해 ‘속는 셈 치고’ 기대해보자.”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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