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태풍 낙과(落果)를 사주자는 온정에 시름에 겨웠던 사과 농가들이 위로를 받았지요. 화가 이목을 씨(47)가 그린 사과(2009년)를 보니 그 온정이 다시 생각나네요. 나무상자 속에 담겨 있는 사과들은 금방이라도 앞으로 쏟아질 듯 사실적입니다. 흡사 사진과도 같은 이 사실적인 그림을 그린 작가는 한쪽 눈을 실명한 상태입니다. 중학 시절 사고로 왼쪽 눈을 잃었지만 ‘장애’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꺾지 못했습니다.
죽음과도 같은 실명이었지만 화가는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그림이 좋아 계속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오른쪽 눈이 너무 아파 10분 정도씩밖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최근엔 오른쪽 눈까지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화가는 “눈 감고 그리는 것까지 대비해 놓았다”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습니다. 가을의 수확과 태풍, 온정 그리고 한쪽 눈을 실명한 상태에서도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마음을 빨간 사과를 통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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