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연출로 처음 유럽을 방문했을 때다. 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어느 나라에서 만든 공연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을 때 중국, 일본, 필리핀, 라오스까지 등장했지만 ‘코리아’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점프’ 제작자이자 연출자로 유럽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이미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달 공연 중에 10번 이상 관람한 관객이 있어 그에게 “이 공연이 어느 나라에서 왔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쉽게 “코리아”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나는 다양한 실험을 계속해 왔는데 중국 정부와는 ‘젠’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2008 베이징 올림픽 기념공연에서 선보였다. 국내의 대기업과는 ‘비밥’이라는 공연을 만들어 현재 상설 공연하고 있다. 또 경북도와 경주시와는 ‘플라잉(FLYing)’이라는 공연을 만들어 경주에서 상설 공연을 하고 있다.
이런 실험 모두가 하나같이 의미 깊다고 보지만 앞으로의 공연산업, 그리고 한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만들어낸 ‘플라잉’의 실험이 가장 주목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지자체와 함께 만들어낸 작품은 어떤 행사의 주제공연으로 그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1년 경북도와 경주시의 후원으로 제작되어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의 주제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익스트림 퍼포먼스 플라잉은 난타, 점프, 비밥 등 굵직한 공연들을 통해 얻은 노하우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자체 합작 공연으로는 최초로 누적 관람객 2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싱가포르에 가서 두 차례 개런티를 받고 공연을 했고, 현재 중국의 27개 도시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지자체의 지원과 민간기업의 창의적 콘텐츠 개발, 전문적 홍보마케팅 활동이 이루어낸 결과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한국형 논버벌 퍼포먼스의 당면과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있다는 기준으로 콘텐츠 업그레이드와 안정적인 수익구조 구축을 위해 계속해서 힘쓸 것이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시장까지 진출해 꾸준한 수요를 창출해 내는 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 과제다.
8월에는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의 핵심 콘텐츠로 플라잉이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터키 이스탄불에서 막을 연다.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교차점인 이스탄불에서 유쾌하게 재해석된 신라 화랑도를 주제로 세계인과 소통하게 된다는 점 외에도 이번 공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우선, 아시아와 유럽의 접점인 이스탄불에서 한국형 논버벌 콘텐츠의 유럽 시장 진출을 시험해 볼 기회다. 동시에 국내 지역 전략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해 볼 기회이며, 지역에서 시작된 한국형 글로벌 콘텐츠의 우수성과 발전 가능성을 문화의 중심지 이스탄불에서 점쳐 볼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와 ‘플라잉’을 통해 한국이 세계인에게 ‘창작 콘텐츠 강국’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또, 진정한 한류는 현상 유지가 아닌 끊임없는 변화와 융합, 전략적 도전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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