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기인 오모 씨(29·여)는 청소년기 초경을 시작할 때부터 생리통을 심하게 앓았다. 아랫배가 아플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통증은 지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생리통과 함께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의식이 혼미해지는 걸 느꼈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 보니 자궁내막증이라고 했다. 단순한 생리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을 싸고 있는 막의 세포가 자궁의 바깥 부위인 나팔관이나 난소, 복막 등으로 퍼져 증식하는 것을 말한다. 자궁내막 세포가 자궁 바깥에서 자라면 자궁내막이 부풀었다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생리 현상이 해당 부위에서도 발생한다. 이 세포가 난소에 번지면 난소 혹이 생길 수 있다. 나팔관에 번지면 관을 막아 불임이 되기도 한다.
오 씨처럼 생리통을 앓다가 자궁내막증을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김종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 병의 증상으로는 지속적인 생리통, 평상시의 요통과 복통, 배뇨 곤란 등이 있다”며 “광범위한 골반 통증과 불임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병에 걸리면 수술을 통해 자궁내막 세포를 태우거나 떼어 내 없애 줘야 한다. 서석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연령이나 증상, 환자가 임신을 원하는지에 따라 치료법이 다를 수 있다”며 “복강경을 통해 확진을 받은 뒤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을 한다고 해서 100%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이선주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남아 있는 자궁내막세포 때문에 수술 뒤에도 추가로 약물치료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는 주로 과다하게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을 억제해 주는 호르몬 요법을 말한다.
자궁내막증이 왜 생기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생리를 할 때 피가 난관을 역류해 골반 내에 퍼진다는 학설과 골반 복막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한다는 학설 등이 있다. 유전적인 원인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만약 어머니가 자궁내막증을 앓았다면 딸도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자궁내막증 환자의 30∼50%는 불임증을 동반한다.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여성의 30%가량이 자연유산을 경험한다”며 “환자가 아이를 가져야 한다면 불임 전문의의 진찰을 받으며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