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출신 한기호 의원 “임신 중 숨진 여군 본인도 잘못”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11시 10분


육군 5군단장 등을 역임한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이 30일 지난 2월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서 임신 중 과로(뇌출혈)로 숨진 여군 장교 고(故) 이신애 중위(사망당시 28세)에 대해 "그분에게도 상당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경기도 수원의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을 방문해 소속 부대 여군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본인이 어떻게 처신하느냐가 중요하다. 남(男)군은 임신한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최고의원은 이어 "(순직한 여군은) 남편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까 집에서 쉬는 게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무리해 출근을 했다. 왜 일과 외 근무를 많이 했냐고 물으니까 군 부대에서는 '과외 수당을 받기 위해서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본인이 임신을 하고 몸 관리를 해야 할 입장인데 다른 데 연연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병원에 가라고 했는데도 괜찮다고 안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육군 총장은 (지휘관을)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왜 처벌할 수 없냐고 물었더니 (여군의) 업무 중에서 다른 것은 남군에 나눠주고 근무를 빼주고 다 했는데 이런 일이 닥쳐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며 "여군들의 신체 변화를 남자들은 모른다. 특히 군인은 더 모른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또 "(여군이) 스스로 숨기거나 자기 관리를 안 하면 자기한테 손해가 온다. 얼마나 국민들에게 많은 파장을 일으키나"라며 "(지휘관은) 산부인과가 없는 것도 알고 춘천까지 언제든지 나가도 좋다, 그건 허락을 안 받고 가도 좋다고 확인했기 때문에 지휘관은 처벌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신애 중위는 임신 8개월째 강원 최전방 부대에서 훈련 준비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혹한기 훈련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뇌출혈로 사망했다. 최근 육군은 임신 중 과로로 숨진 이 중위를 일반 사망이 아닌 순직으로 인정키로 했다.

민주당은 한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 1일 "임신 중 순직한 여군을 모독했다"며 한 최고위원에게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김영근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한기호 최고위원은 군단장 출신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 부하 장·사병의 어려움을 자신이 떠안는 지휘관의 자세를 견지하지 못할지언정 '망자'의 인격을 모독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일등병도 이등병이 힘들어할 때 위로하고 격려한다. 한 최고위원은 일등병만도 못한 언행을 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 한기호 의원의 최고위원직을 즉각 박탈하고 당 대표가 나서 여군들에게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여군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한 한기호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여군의 사기를 위해서, 그리고 군출신으로 일말의 양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한기호 의원을 국회를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한 최고위원의 발언을 문제 삼은 이가 많다.

네티즌들은 "3성장군까지 한 사람이 망언을 했다"며 "당신 딸이면 그런 말 했겠냐"고 따졌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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