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서울대, 조국 표절시비 직접 조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3시 00분


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
나는 지난번 칼럼에서 ‘표절 의혹 조국 박사논문 읽어보니’라는 제목으로 조국 서울대 형법 교수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을 에둘러 다뤘다. 그 의혹은 애초 변희재 씨 측에서 제기한 것이지만 뒤늦게 논문을 본 나로서도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는 버클리대 로스쿨의 소견을 바탕으로 표절 혐의가 없어 자체 조사에 착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결정은 무책임한 것이다.

이번에는 에두르지 않고 표절의 증거를 제시하겠다. 조 교수의 논문은 형사소송의 증거배제 규칙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독일 일본의 사례를 비교한다. 나는 변 씨 측이 다루지 않은 독일편을 꼼꼼히 읽었고 하버드대 크레이그 브래들리 교수의 논문 ‘독일에서의 증거배제 규칙’을 베껴 쓴 문장을 적지 않게 발견했다.

조 교수의 논문 206쪽 ‘the taking of spinal fluid from a suspect to determine his possible insanity, through generally authorized by Section 81a of StPO, was out of proportion to the misdemeanor charge against the suspect(혐의자의 정신이상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척수액 추출은 독일 형사소송법 81a조가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바이지만 혐의자가 받고 있는 경죄 혐의와는 비례가 맞지 않는다)’는 기술 중 ‘Section 81a of StPO’라는 대목이 브래들리 논문에서 ‘the Code of Criminal Procedure’라고 되어 있는 것만 빼고는 두 논문의 기술이 똑같다. 다른 대목은 둘 다 독일 형사소송법을 뜻하며 이 문장은 사실상 29개 단어가 연속해서 일치한다. 그러나 조 교수는 독일어로 된 판결문을 직접 보고 정리한 것처럼 쓰고 있다.

베낀 문장을 일일이 거론하려면 이 칼럼으로는 부족하다. 조 교수는 본문과 각주에서 출처를 밝히고 브래들리를 인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서 출처 없이 브래들리의 표현을 갖다 쓴다. 조 교수가 브래들리를 베낀 곳은 모두 독일 판결을 인용한 부분이다. 조 교수는 판결의 사실관계를 요약한 곳으로 다른 영어 번역이 어렵고 지도교수와의 협의하에 각주를 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서울대가 직접 조사하고 판단할 일이다.

독일어가 잘 안되니 영어 논문을 베끼는 것이다. 당연히 독일어 문헌 인용에도 의혹이 많다. 조 교수의 논문에서 각주에 인용된 독일어 논문은 12편이다. 12편 중 9편의 논문이 통째로 인용돼 있다. 이것은 각주라고 할 수 없다. 조 교수는 영어 논문을 인용할 때는 거의 인용한 쪽수를 밝혀준다. 왜 독일어 논문에서만 그렇지 않은 것일까. 논문을 실제 읽지 않고 인용했을 수 있다. 그가 독일어 논문의 저자를 모두 뎅커(Dencker)처럼 성만 쓰고 있거나 H. 오토(Otto)처럼 이름은 써도 이니셜로만 써 이런 의혹이 더 짙다. 조 교수는 영어와 일본어 문헌의 저자는 최소한 참고문헌에는 풀 네임을 써주고 있다. 조 교수는 독일어 논문 저자는 풀 네임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지도교수와의 협의하에 그렇게 통일시켰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도 설득력이 있는지 서울대가 판단해야 한다.

조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 대해 버클리대가 “법학박사학위 과정의 높은 기준을 충족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조 교수에게 학위를 준 버클리대가 조 교수 논문을 문제 삼는 것은 이익상반(利益相反)의 측면이 있다. 조 교수 논문의 오류를 다 나열하지 못해 아쉬운데 그걸 보면 독자들은 버클리대가 학위 심사는 제대로 했나 의문을 가질 만하다. 이런 버클리대 말만 믿고 서울대가 자체 조사도 안 해 보고 사안을 종결했다. 공감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표절 의혹이 해소된다면 조 교수에게도 좋을 것이다. 조 교수가 먼저 표절을 심사해 달라고 요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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