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남북관계]
재등장 10일전 남북군사회담 제안… 회담 결렬 5일후 ‘미사일 도발’
김정은도 ‘군사회담’ 똑같은 행보… 남북관계 악화땐 무력도발 가능성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8년 잠적 51일 만에 북한 매체에 다시 등장한 뒤 남북관계는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요동쳤다. 이런 ‘경험’ 때문에 잠행 40일 만인 14일 등장한 그의 아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김정일은 2008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같은 해 8월 15일∼10월 4일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다. 10월 5일에야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이 김일성종합대 창립절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김정일 등장 열흘 전인 2008년 9월 25일 북한은 남북 군사통신 채널을 통해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김정은이 등장하기 전 북한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과 비슷하다.
북한은 김정일 등장 직전인 2008년 10월 2일 열린 남북 군사실무 회담에서 ‘대북 삐라(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 측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대한 비방 중상 중단과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고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김정일 등장 이후인 10월 7일 저고도로 침투하는 북한군 AN-2기가 서해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한 측 대변인을 통해 “대북 삐라 살포를 계속하면 선제타격과 북남(남북)관계 전면 차단 등 중대결단을 실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해 11월 12일 북한은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남북 육로 통행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이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이고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건 등을 현재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건강 문제로 오랜 잠적 끝에 등장한 북한 최고지도자는 어떤 식으로든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도 대화의 손을 내밀고 김정은 등장을 앞둔 가운데 대북 전단에 기관총을 사격하는 등 대북 전단 문제를 다시 이슈화하고 나선 것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 전단 문제 해결을 한국 정부에 압박한 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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