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생산되는 총중량 3.5t 이상 경유 상용차에 유럽의 강화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가 적용되는 가운데 현재 운행 중인 화물차의 55%가 출고한 지 10년 이상 된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6가 시행되면 화물차 신차 가격이 1000만∼1500만 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세 화물차주들이 비용 부담을 우려해 신차 구입을 꺼리면 정부가 기대하는 대기환경 개선 효과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등록된 총중량 3.5t 이상 경유 화물차 48만508대(수입차 포함) 중 55.4%에 해당하는 26만6456대가 출고된 지 10년이 지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로3’가 2004년 9월 도입된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된 화물차의 대부분은 유로3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유로3는 질소산화물(NOx)은 kWh당 5.0g, 미세먼지(PM)는 kWh당 0.13g까지 배출할 수 있다. 유로6에 비해 배출량 기준이 각각 NOx는 12.5배, PM은 13배 많다.
화물차 가운데 노후 차량이 많은 이유는 차령(車齡)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1978년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출고한 지 13년이 지난 화물차는 폐차하도록 했지만 1998년 화물차주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차령 제한이 폐지됐다. 이에 비해 버스는 차령을 11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로6 도입에 따른 환경 개선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려면 화물차주들이 노후 차량을 폐차하고 신차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유로6 기준에 맞추려면 화물차에 선택적 촉매환원 저감장치(SCR), 디젤분진필터(DPF) 등 후처리 부품을 장착해야 해 차 가격이 최소 1000만 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요소수 구입과 컨버터 교체 등 유지비용도 100만 원가량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차주들은 “제도를 2년 유예한 뒤 이후부터는 가격 상승분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노후 차량을 계속 몰거나 신차 대신 중고차를 구입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유로3 이하 화물차에 대해 DPF 장착 비용(170만∼700만 원)의 90∼95%를 지원해 주고 있다. 또 유로3 이하 화물차를 폐차할 때 잔존가치의 80%를 보상해 주던 것을 내년부터 90% 보상해 준다. 그러나 총중량 3.5t 이상 화물차의 경우 배기량 6000cc 이하 차량은 보상금 상한선이 400만 원, 6000cc 초과는 700만 원이다 보니 유로6로 인한 비용 증가분에 비해 보상금이 적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10일 대전 KTX역사 회의실에서 현대자동차, 타타대우 등 제작사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 개별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 등 화물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유로6 도입과 관련한 설명회를 연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 와서 제도를 유예하긴 어렵지만 진솔하게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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