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주민 뜻 존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3시 00분


윤석원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원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인류의 역사발전 과정에서 자연환경 생태계의 유지 보전과 경제 성장을 위한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명제는 늘 배타적인 가치로 인식돼 왔다. 환경과 개발이라는 가치가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사이 ‘인간’이 소외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환경 보호의 당위성에 앞서 어쩔 수 없이 자연환경 생태계를 훼손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통과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한 것 같다.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어 문제이니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아마존 숲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나 대책은 미미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과거 화전민이 자연을 훼손하는 점만 봤지, 왜 그들이 화전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고민은 적었다. 자연환경 생태계의 보전이든 경제 성장을 위한 개발이든, 그 한가운데는 인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빠진 자연환경 생태계의 보전이나 개발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

최근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환경단체와 지자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설악산의 환경 생태계를 보전해야 하고 산양의 서식지 파괴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도 원론적으로 옳다. 어느 누가 자연환경 생태계를 훼손하는 것을 원하겠는가. 다만 농촌지역 공동체와 인간의 문제를 우리가 놓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다. 설악산의 산양도 좋고 생태계도 좋지만 이 지역 주민, 즉 인간의 문제를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양양군을 포함한 속초시, 고성군, 인제군 등 지역 사람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천혜의 보고인 설악산을 지역 내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역경제는 점차 어려워져만 가고 있고 인구도 매년 감소하여 지역사회경제가 전반적으로 허물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예컨대 양양군의 경우 천혜의 설악산과 동해안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지역이지만 인구는 2003년 2만9744명에서 2012년 2만8053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여건하에서 양양군민들은 조금이라도 지역사회경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을 20여 년 전부터 추진해 왔고, 금년에 세 번째 도전하고 있다. 94%의 군민이 찬성하고 있는 사업이고 속초시, 인제군, 고성군에서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양양군민들의 의견이 양분되어 있다면 당연히 이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압도적 다수의 군민들이 한번 해 보자는 사업이다. 어떻게 해서든 농촌지역 공동체를 유지시켜 보고자 하는 지역주민들의 오랜 숙원 과제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윤석원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설악산#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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