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하늘이 평소 얼마나 캄캄한지는 비가 와야 안다. 비가 내려 시커먼 먼지를 씻어내면 모처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는 한 외교관이 매일같이 조깅하다 귀국한 뒤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괴담이 나돈다. 실제로 중국계 미국인으로 처음 중국 대사가 된 게리 로크는 2013년 갑작스러운 사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스모그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되레 중국 스모그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중국의 대기오염 경보는 황색-주황색-적색 순이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베이징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m³당 1000μ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40배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주황색 경보만 발령해 빈축을 샀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은 81∼150이다. 주황색 경보가 발령되면 건설현장에서 먼지를 발생시키는 활동이 금지되고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스모그를 줄일 수는 없어도 사람이 조심하도록 최소한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인민의 건강은 안중에 없다는 말이냐”는 비난이 빗발치자 그제 오후 베이징 시가 사상 처음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적색 경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WHO 기준치 8배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에 따라 8일 베이징에선 자동차 홀짝제가 시행되고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휴교에 들어갔다. 어제 오후 4시 베이징 오염도는 WHO 기준치의 15배에 육박해 방독면을 쓴 오토바이 운전자까지 등장했다.
▷초미세먼지는 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말 그대로 초미세라서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에 쌓이며 한번 몸속에 들어오면 잘 배출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예보 등급을 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의 4단계로 예보하는데 주로 중국발 스모그가 건너오면 나쁨 상태가 된다. 중국이라는 이웃을 둔 죄다. 미세먼지 예보는 정확성이 생명인데 우리 예보도 못 미더워 요즘은 일본 미세먼지 정보 앱을 보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한중일 간 스모그 정보 공유가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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