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환경을 지켜야 하는 근원적 동기이자 궁극적 목적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 일상생활을 보호받으려는 데 있다. 비가역적 건강상 피해를 수반하는 환경사고를 예방하는 한편 공기, 물, 흙을 온전하게 지켜내야 한다.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시설 등을 설치할 때 이런 요건들을 지켜낼 수 있는지 사전에 확인해 허용하는 ‘환경오염시설허가제도’를 선진국 대부분은 의무화한 지 오래다.
한국도 허가제를 일찍이 1971년 도입했지만 이후 별달리 바뀌지 않았다. 즉, 폐수 방류구나 굴뚝에서 지켜야 할 오염 농도치를 법으로 정해놓고 이를 지키게 하는 방식 그대로다. 무기한 허가제도여서 과학기술의 진보를 적절히 반영토록 할 수단이 없고 무허가 신종 오염물질의 배출사실을 사업장에서조차 모르는 사례가 다반사다. 과학성과 책임성이 결여돼 제3자를 적절히 지켜주지도, 생산성에 부담을 최적화하지도 못하면서 오염 원인자에게는 환경 경시 풍조를 유발하는 전근대적 허가제도였다.
독일 영국 등에서 1980년대부터 적용해왔던 과학적 환경오염허가방식을 원용해 유럽연합은 ‘통합환경관리지령(IPPC Directive)’을 1996년 제정했다. 핵심은 경제성이 있으면서 환경자원관리 효율이 좋은 ‘최적가용기법(Best Available Techniques)’ 적용을 의무화하면서 대기 물 토양 등 매체 통합적 환경관리로 바꾸는 것이다. 이 제도를 적용한 이후 환경오염배출과 환경사고가 현저하게 줄었고 자원이용 효율이 높아져 산업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보고, 5만여 사업장의 행정비용 절감액이 연간 3700억 원에 이른다는 보고 등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시민사회, 전문가, 산업계와 2년여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했던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이 22일 공포됐다. 환경영향이 큰 업종으로서 일정규모 이상인 신설 사업장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적용해 2021년이면 기존 사업장에도 적용한다. 또 최대 10종의 인허가를 받도록 하던 것을 단 하나의 허가로 사업을 할 수 있다. 적발·처벌 위주가 아닌 기술 진단과 지원을 우선하도록 민관 관계도 재정립된다.
환경규제와 경제는 양립할 수 없는 상충관계라는 낡은 인식을 청산하고 환경과 경제가 선진국에서와 같이 선순환하는 “한강의 환경기적”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