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95개국이 참석한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11일 폐회했다. 이번 파리협약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첫 전 지구적 기후협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약의 핵심은 지구의 온도를 낮추되,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아래로 억제하는 데 합의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다. 온실효과로 인해 불안정해진 기후체계는 최근 전 지구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엘니뇨뿐만 아니라 태풍, 해일, 홍수 등 극단적인 자연재해를 야기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우리 실생활과 아주 가까운 곳에도 있다. 다름 아닌 식량 문제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 위원회(IPCC)는 지난해 발표한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최대 20%에 이르는 쌀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세계 주요 식량 작물인 옥수수, 밀의 생산량도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 역시 기후변화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속된다면 2080년에 이르러 농작물 손실 비율이 3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한 연구는 지금까지 주로 환경과학이나 지구과학 분야에 집중돼 왔지만, 최근에는 유전공학자들 역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전공학을 활용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로런스 버클리 과학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유전자변형(Genetic Modified) 식물이다.
GM작물 탄소 배출 감소… 생산성 높아져
GM식물은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초목과 토양 속에 탄소 형태로 저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토양은 초목의 4배, 대기보다 33% 이상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불모지에서도 생육이 가능한 GM식물 역시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옥수수, 쌀, 잔디 등은 얕은 뿌리를 가졌으나 넓은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유전자변형 식물을 불모지에서 생육시킬 경우 삼림 벌채 및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유전자의 기능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킨 것이 유전자변형 작물의 핵심이다. 이렇게 탄생한 유전자변형 작물은 해충이나 잡초 저항성이 높기 때문에 제초제 및 살충제 살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지금보다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초제 1통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ha당 2.24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축된다.
유전자변형 작물의 생산성 역시 일반 작물보다 높다. GM 대두는 일반 대두 대비 20%의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 GM 면화와 GM 옥수수의 생산성은 일반 작물 대비 각각 18%, 10%가량 높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GM 대두 재배를 시작한 후 대두 생산량이 2배로 증가하기도 했다.
식량 가격 폭등 막는 장치 필요
기후변화에 취약한 아시아와 남미지역에서의 GM 작물 재배는 작물의 생산성을 증가시켜 식량의 가격 폭등을 막는 효과도 있다. GM 작물이 없을 경우 해당 지역에서 대두와 옥수수 가격은 각각 33%와 13% 증가한다는 전문가 예측도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질버만 교수는 2008년과 2011년의 세계적 식량 위기를 안정시킨 요인으로 GM 작물의 재배 확대를 꼽았다. 호주의 과학자 프랭크 퍼렌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인류는 100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놨다.
기후변화 해결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은 만큼 산업계와 농업계, 과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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