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화장품 수입 시장이 30% 이상 커지는 가운데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 화장품의 시장 점유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일본,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2015년 중국해관 자료).
지난해 11월, 코트라(KOTRA) 중국 베이징 무역관은 한국화장품 수입이 급증한 이유로 ‘몇몇 특정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첫손에 꼽았다. 중국 여성들에게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한국 화장품과 그 인기 비결을 알아보았다.
헤라, 아이오페 쿠션 돌풍 일으켜
코트라(KOTRA) 중국 베이징 무역관은 ‘2015년 중국 시장을 휩쓴 화장품 톱 3’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는 각종 언론 매체 및 온라인 사이트 평가, 화장품 바이어 의견 등을 종합한 것.
첫째,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제품이다. 설화수 퍼펙팅쿠션, 헤라 UV 미스트쿠션, 아이오페 에어쿠션, 라네즈 BB쿠션 등이 대표적. 품질과 디자인 외에 ‘원조’에 높은 점수를 주는 중국 사람들의 성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직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헤라의 미스트쿠션이 입소문을 타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헤라 디비전 이은임 상무는 “오주르 르주르, 올림피아 르 탱 등 패션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중국 젊은 여성들에게 헤라가 트렌디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고 말한다. 헤라는 홍콩 면세점의 팝업스토어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조만간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메디힐 보습 마스크 팩 인기몰이
둘째, 중국 시장을 휩쓴 화장품은 한국의 마스크 팩이다. 메디힐, 리더스 코스메틱, SNP 등이 높은 가성비의 제품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메디힐의 김현수 마케팅 상무는 “지난해 3억만 장의 마스크 팩이 판매됐는데, 이 중 50∼60%가 중국인이 산 것”이라고 밝힌다. 그는 “중국 여성들은 마스크 팩을 통해 피부 보습과 미백 효과를 가장 원하며, 보습 기능에 집중한 N.M.F 아쿠아링 앰플 마스크와 미백, 보습을 겸한 블랙 숯 마스크를 가장 좋아한다”고 덧붙인다. 중국에서 마스크팩 시장은 화장품 품목 중 성장이 가장 빠르다.
네이처 리퍼블릭 ‘알로에 수딩젤’ 급성장세
셋째, 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이 개최한 ‘골든 뷰티 어워즈’에서 네이처 리퍼블릭의 알로에 수딩젤이 최고 인기 제품(크림 부문)으로 선정되며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2009년 국내에 출시됐지만 중국에서는 2014년 6월부터 온라인 마켓 중심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에 대해 네이처 리퍼블릭의 김미연 마케팅 이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중국에서 자연 성분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제품이라는 점이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에서의 인기가 중국까지 이미 알려져 있었고 알로에 수딩젤의 ‘원조’ 제품을 사려는 중국 사람들의 성향도 한몫을 한 것 같다.” ‘중국백화점 화장품 톱 10’ 라네즈 베스트셀러
코트라 칭다오무역관의 ‘중국 백화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장품은?’ 자료에 따르면 라네즈는 한국 브랜드로 유일하게 ‘중국백화점 화장품 브랜드 점유율 톱 10’에 올라 있다(7위·2015년 1분기). 중국에서 백화점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세계적인 해외 명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2002년 중국에 진출, 현재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는 라네즈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 첫 성공 사례.
라네즈 디비전 정혜진 상무는 “수분의 힘을 담은 혁신적인 라네즈 제품의 효능이 중국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베스트셀러로 비비 쿠션 외에 ‘워터뱅크 라인(에센스, 크림)’, ‘워터 슬리핑 마스크’를 꼽는다. 라네즈는 최근 미국 마트 타겟 매장(800개), 캐나다 세포라 매장(57개)에도 잇따라 진출했는데, 같은 베스트셀러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정 상무는 “라네즈 베스트셀러 제품을 통해 K-뷰티를 체험할 수 있도록 중국을 비롯, 세계 여러 도시를 도는 글로벌 이벤트 ‘뷰티 로드’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다.
한방 명품 화장품 ‘후 vs 설화수’ 최고의 에센스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방 화장품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특히 LG생활건강의 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중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한방 화장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후를 이끌고 있는 문진희 한방마케팅 부문장(상무)은 “궁중 컨셉의 한방 제품과 패키지 디자인이 화려하고 고급스런 것을 추구하는 중국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에서 2006년 런칭 후 최근 매출 신장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의 선물 문화도 매출에 톡톡히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그가 소개하는 첫손에 꼽는 베스트셀러는 후 비첩 자생 에센스로 대표적인 안티에이징 제품이다.
한편 지난해 연 매출 1조 원을 기록해 화제를 모은 설화수는 2004년 홍콩 진출 후 중국, 동남아, 미국까지 10여 개 국에 진출해 있다. 2014년 중국 언론사 인민망의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 명품’ 조사에서 화장품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설화수의 중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는 윤조 에센스다. 세안 후 스킨케어 첫 단계에 바르는 부스팅 에센스로 1997년 처음 선보였는데, 2015년 국내외 포함해 1조2000억 원의 누적 판매 기록을 세웠다. 글/계수미 전문기자 soom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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