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한가운데 서 있다고 느끼게 할 만한 혹한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에 한파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올겨울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하는 지역이 속출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한 이번 한파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밀려오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최장 10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 북극 찬 바람이 한반도로
24일 오전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져 올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2001년 영하 18.6도까지 내려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다. 파주가 영하 20도, 인천 영하 16.3도, 수원 영하 16.2도에 이르는 등 상당수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기존 기록을 갈아 치웠다. 대부분 지역에 한파경보(최저기온 영하 15도 이하가 이틀 이상 지속)나 한파주의보(최저기온 영하 12도 이하가 이틀 이상 지속)가 내려져 있다.
한파와 함께 눈폭풍도 한반도 남부를 강타하고 있다.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서해상을 중심으로 눈구름이 계속 만들어지는 탓이다. 전남북의 일부 지역과 제주도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24일(오후 2시 기준) 전북 정읍에는 36cm의 눈이 쌓였고 △서천 29.5cm △광주 21.7cm △목포 17.4cm 등 다른 지역의 적설량도 늘어나고 있다. 동해 쪽에서는 울릉도에 80cm에 이르는 눈이 쏟아졌다.
이런 강추위가 계속되는 이유는 북극의 찬바람이 한반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은 제트기류. ‘폴러 보텍스(Polar Vortex)’라고 불리는 이 소용돌이 바람은 지상 5∼10km의 성층권에서 지구를 빙빙 돌면서 영하 60도에 이르는 북극의 찬 공기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해준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띠 모양의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그 틈을 뚫고 한파가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온난화 탓에 역설적으로 혹한에 맞닥뜨린 셈이다.
전남대 정지훈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다른 지역보다 2, 3배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극의 온난화 때문에 지금 같은 한파는 앞으로도 최소한 몇 년간은 겨울이 올 때마다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 26일부터 평년 기온
기상청 김용진 기상사무관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도 1월에 기습적인 한파가 한두 차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파는 이르면 26일 오후부터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동쪽에서 캄차카 반도까지 길게 형성돼 대기 이동을 막고 있던 기압릉이 풀리면서 북극의 냉기가 점차 동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빈자리를 중국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공기가 채우게 되면 곧 평년 기온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전국 곳곳에 내려져 있는 대설 및 강풍, 한파 특보도 순차적으로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파가 물러가면 2∼4월 기온은 대체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일시적인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겠지만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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