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이 폭탄주 잔에 숟가락을 푹 한 번 찌르고 마시는데 그러면 진짜 술을 섞는 효과가 있어요.” 김남종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 사무국장(60)은 19일 만나자마자 폭탄주 얘기부터 꺼냈다. 계곡물이 강에 유입돼 수십 km를 흘러가도 인위적 작용이 없으면 섞이지 않는다며 수질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김 국장은 강산이 세 번 변할 동안 호남제주지역 환경을 지킨 전문가다. 그는 공직 생활 대부분을 호남제주지역 환경 문제를 총괄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보냈다. 연구원 등으로 환경 분야에서 34년간 잔뼈가 굵은 그는 후배들 사이에서 본받을 선배로 회자된다.
반평생을 지역 환경지킴이로 살아온 김 국장은 광주 북구 동운동(현 운암동) 출신이다. 광주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조선대 환경생명공학과에 입학했다.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전공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했는데 평생 업이 됐다”며 웃었다.
대학을 졸업한 김 국장은 31년간 수질대기 분야 행정 공무원으로 일했다. 경인지방환경청(현 수도권대기환경청)과 환경부를 거쳐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26년 동안 공직 생활을 했다. 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도 1년간 근무했다. 그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환경오염중앙점검반을 운영하고 배출업소 인허가제를 정착시켰다. 환경감시대가 수사권을 갖고 유역(하천)관리를 하게 된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공직 생활 흔적을 더듬어 보면 그가 왜 후배들의 표상이 됐는지를 알 수 있다.
김 국장은 공직 시절 항상 공부하는 직원이었다. 환경직은 기술행정이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전문성을 갖춘 식견은 업무에 큰 보탬이 됐다. 김 국장은 1988년 조선대에서 ‘임해공단 폐수가 연안해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같은 해 9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 대규모 적조가 발생해 큰 피해가 생겼다. 2007년 조선대에서 ‘산성강하물, 산림지역 유출수가 주암호 수질에 미치는 영향’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해도 주암호 녹조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석·박사 공부를 했던 것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사회의 심부름꾼인 공복(公僕)이 되려고 노력했다. 단속이 많은 환경 분야 속성상 모든 잘못에 칼(단속)을 휘두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수에 대해서는 단속보다 지도·개선이 먼저고 선배가 후배 대신 업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김 국장은 1990년대 전남의 한 공장에서 폐수 저장고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폐수 색깔이 회색이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검은색이면 미생물이 죽어 정화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그는 실수로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을 알게 됐다. “‘(미생물이) 비실비실해서 되겠느냐. 보약 좀 먹여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자 공장 직원 얼굴이 사색이 됐어요. 이후 폐수 저장고에 미생물이 살아난 것을 점검하고 상황은 끝났지만 그는 얻은 것이 많았다고 했다. “공무원이 민원을 해결할 때는 소신과 강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비리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죠.”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도 소통을 강조했다. 그의 이런 활동은 무등산이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데 일조했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그는 2012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무등산에 사는 주민 885명을 만났다. 당시 일부 주민들이 국립공원으로 되면 개발행위가 제한된다며 지정을 반대하자 구두 굽이 다 닳을 정도로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그런 노력으로 무등산에 300여만 m²의 숲을 보유한 무등산 편백자연휴양림 운영자 진재량 씨 등도 국립공원 지정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꾸준히 무등산 정화 활동을 벌이고 수차례 주민공청회를 개최하면서 무등산이 국립공원 자격을 갖추었음을 보여줄 자료를 모아 환경부에 제출했다. “국립공원 무등산에는 2018년까지 국비 1000억 원이 투입됩니다. 무등산이 1988년 월출산에 이어 25년 만에 21번째 국립공원이 된 것은 광주 시민은 물론이고 전남 화순·담양 주민들의 화합과 연대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서기관으로 3년 일찍 명예퇴직을 한 뒤 2014년 1월부터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인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 사무국장을 맡으며 환경 현안을 챙기고 있다. 전남대 여수캠퍼스에 있는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는 화학공장과 철강업체가 밀집된 광양만권 환경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 최대 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는 3240만 m² 터에 300개 업체(직원 2만 명)가 입주해 있다. 연간 매출액은 98조 원으로 각종 환경 현안이 많다. 김 국장은 이런 여건을 감안해 산단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도 여수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1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2017년 유엔기후변화 총회 여수 개최를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여수산단 공장들은 2012년 엑스포 개최 이후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김 국장은 “개발에는 환경 문제가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반드시 해결할 방법이 있다”며 “자연은 자연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환경분야의 ‘기타 치는 아이디어맨’▼
“음악 통해 여유-웃음 잃지 말자”… 조만간 환경기술 특허 5개 출원
김남종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지인들 사이에서 ‘기타 치는 아이디어맨’으로 통한다. 그는 고교생일 당시인 1973년 광주 YMCA에서 운영하는 음악동아리에서 기타를 처음 배웠다. 당시 광주에서는 기타라는 악기를 접한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이후 풍금, 만돌린, 우쿨렐레 등 각종 악기를 배우며 지인들과 노래를 불렀다. 음악을 통해 생활 속에서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환경업무 추진에도 이 같은 여유가 묻어났다.
김 국장은 또 환경 분야에서 아이디어맨으로 통한다. 공직생활 당시 환경오염 예방 폐수 이용시스템 개발과 환경오염물질 비상차단장치 고안 등으로 환경오염물질과 예산 절감에 기여했다. 그는 산림, 토양에서 발생하는 자연유기물을 정화하는 장치나 환경오염물질 유출을 차단하는 시스템 등 특허 2개를 갖고 있다. 그는 조만간 환경기술 특허 5개를 출원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한국의 환경기술은 어떤 공장 폐수도 비용만 투입되면 100% 정화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됐다”며 “이제 환경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래세대에는 깨끗한 공기를 파는 자판기가 등장하고 곤충생물이 주력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각종 환경 아이디어가 지역민들이나 후손들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면 좋겠다”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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