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전 인천 중구 영종도 남쪽 인천대교 아래 갯벌. 반바지 차림의 인천 지역 초중고교생 300여 명이 갯벌 탐사에 나섰다. 인천대교를 운영하는 인천대교㈜와 인천녹색연합이 ‘영종도 갯벌 철새의 날-나와 당신이 지켜 갈 갯벌과 새’라는 주제로 함께 연 생태교육에 참가한 것이다. 갯벌 구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칠게와 방게, 고둥이 고개를 내밀자 학생들이 탄성을 질렀다. 그러자 칠게가 기다란 눈알을 휘휘 돌리며 뒷걸음질쳤다.
“갯벌은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단위 면적당 생태 가치가 농경지의 100배, 숲의 10배나 되는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인천녹색연합의 갯벌해설사로 활동하는 강인숙 씨(49)가 갯벌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육지로부터 유입된 유기물과 영양염류와 같은 먹이가 풍부한 인천 앞바다 갯벌은 다양한 생물의 산란장이다. 강 씨는 해양생물을 먹고사는 조류 서식처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갯벌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육지에서 강을 통해 배출된 오염물질이 갯벌에 쌓이면 박테리아와 원생생물,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물에 의해 섭취되고 분해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갯벌 정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갯벌 탐사를 마친 뒤 영종도에서 서식하는 철새를 관찰하는 탐조대회에 참가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 직원과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원들도 동참했다. 인천 청량초교 6학년 허수민 양(12)은 “생태 교육을 받으면서 갯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천대교는 영종도 갯벌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자연 생태계 보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영종도는 연안에서 굴과 백합 등이 양식되고, 바지락과 꽃게 낙지가 풍부한 섬이었다. 민물도요와 재물떼새 등과 같은 20여 종의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건설 과정에서 대단위 간척과 매립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바람에 영종도 갯벌의 환경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갯벌에 차고 넘칠 만큼 많았던 갯벌 생물을 마구잡이로 포획해 개체 수가 줄었다. 요즘엔 ‘갯벌 수호자’로 불리는 칠게에 대한 불법 채취가 성행하고 있다. 칠게가 낙지 등을 잡는 통발낚시 미끼와 키토산 성분 추출용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대교는 지난해 영종도 갯벌에서 칠게를 싹쓸이하는 데 사용되는 플라스틱 통과 PVC관, 그물 등과 같은 불법 어구를 41t이나 수거했다. 또 같은 해 9차례에 걸쳐 갯벌을 찾아 모니터링 활동을 벌인 데 이어 올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 교육에 나섰다. 올해 ‘영종갯벌보전위원회’를 만들어 갯벌에서의 불법 채취를 감시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갯벌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보전을 위한 포럼과 세미나 등을 열어 정부와 인천시에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한국의 관문으로 갯벌과 철새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