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직간접의 경제손실이 1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종시의 한 산란계 농장이 AI 의심신고 직전 닭과 계란을 서둘러 출하한 정황도 포착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정부의 초동 대응이 부실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밤 12시까지 AI에 감염되거나 감염이 우려돼 전국에서 도살 처분된 닭과 오리가 981만7000마리에 이른다고 13일 밝혔다. 추가 도살 처분이 예정된 253만6000마리를 합치면 1200만 마리를 넘어선다.
피해 규모도 역대 최대였던 2014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추세대로 AI가 확산되면 전국에서 3305만 마리가 도살 처분돼 피해액이 9846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13일 현재 7.5% 수준인 전국 가금류의 AI 감염률이 20%로 높아졌을 때를 가정한 결과다. 여기에는 도살 처분 비용과 정부의 생계소득안정자금 등의 직접적인 손실과 육류가공업, 음식업 등의 간접적인 손실까지 포함됐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AI 확산 속도가 빨라 최악의 경우 감염률이 30%까지 높아질 수 있으며 피해 규모도 1조4700여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이번 AI가 예년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의심신고 건수가 2014년의 두 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2년 전보다 늦다. 2014년 1월 18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8개 부처가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범정부 대책을 만들었다. 전북 고창군에서 처음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 이틀 만이었다. 올해는 최초 AI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 26일 만인 1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첫 관계 장관회의를 열었다. 황 권한대행은 13일에야 “14일부터 농식품부 장관 책임 아래 관계 부처 차관급과 AI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점검회의를 매일 개최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방역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AI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철새는 하루 만에도 남한 전체를 날아갈 수 있는데 정부는 농민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 사전 검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용상 농식품부 방역관리과장은 “정부는 올 들어 30만 건 넘게 철새 분변 등을 예찰해 왔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이날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가창오리가 이달 중 본격적으로 한반도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이동경로에 있는 금강호와 동림저수지를 즉시 통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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