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하원 의사당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0)를 초대해 일본의 잔혹한 만행과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엔 프랑스 상원 한-프랑스 친선협회장인 카트린 뒤마 상원의원과 조아킴 손포르제 하원의원이 참석했고 다른 하원의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위안부 할머니가 해외에서 증언한 것은 2007년 미국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어느 날 방 안에 있는데 여자아이가 창문 밖에서 손짓으로 날 불러요. 친구가 놀자고 하는 줄 알고 나갔더니 여자아이는 손으로 내 입을 막고, 군인이 날카로운 걸로 등을 찔러요. 그렇게 기차역으로 끌려갔죠. 15세 때였어요.”
대만에 주둔하던 일본 자살특공대(가미카제) 부대에서 이 할머니가 겪은 가혹한 인권유린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40분간 이어지자 참석자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할머니는 그때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듯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할머니는 “증언은 저의 생명과 같지만 이렇게 자세히 얘기하는 게 지금도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보였다. 할머니는 “군인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전기고문을 당해 지금도 허리가 아프고 몸이 저리다”며 “세계가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면 세계가 평화로워진다”고 호소했다. 뒤마 의원은 할머니의 증언이 끝나자 “꼭 안아드리고 싶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마 의원은 “프랑스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오늘부터 뛰어다니며 동료 여성 정치인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장뱅상 플라세 전 상원의원(전 국가혁신담당 장관)과 손포르제 의원 두 사람의 힘으로 마련됐다. 위안부 할머니를 도와온 양기대 광명시장과 연이 닿은 플라세 전 의원은 지난달 27일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이 할머니를 초청했고 손포르제 의원은 하원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이 행사를 막으려는 일본의 방해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손포르제 의원은 “플라세 전 의원과 저는 한국 출신이다. 위안부 문제는 저희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세 전 의원은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도록 수치스러움과 끔찍함 속에서 과거사 인정과 사과를 기다려 온 여성들에 대해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에서 보류 결정이 난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소원이라며 이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플라세 전 의원은 “우리가 모두 당은 다르지만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마 의원은 공화당, 손포르제 의원은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플라세 전 의원은 녹색당 소속이다. 할머니는 이날 오후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 앞에서 비를 맞으며 기록물 등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동행한 양 시장은 “피해 할머니들이 모두 연로하고 몸이 불편해 이렇게 해외에 나와 증언해 줄 수 있는 분은 이 할머니가 거의 유일하다”며 “할머니도 아픈 몸을 이끌고 오신 만큼 꼭 등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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