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3일, 직장인 A 씨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법원 앱에 접속했다. 지난달 유럽 여행 때 여행사의 예약 착오로 휴가 일정이 어그러진 데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여행사 실수’, ‘위약금’ 등 키워드 몇 개를 입력하자 A 씨와 비슷한 피해를 입고 소송을 벌였던 이들의 과거 재판 결과가 담긴 판결문이 검색됐다.
판결문을 읽어본 뒤 A 씨는 인공지능(AI) 챗봇에 소송을 내는 데 필요한 절차를 물어봤다. 소송을 내려는 이유를 입력하고 앱에서 물어보는 몇 가지 내용에 답하자 ‘소장 작성이 끝났다’는 안내가 나왔다. A 씨는 변호사 도움 없이 채 두 시간도 안 걸려 ‘나 홀로 소송’ 접수를 끝냈다.
대법원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스마트 법원 4.0’이 구축되는 2024년부터는 A 씨처럼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소송을 접수하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도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12일 밝혔다.
‘스마트 법원 4.0’이 도입되면 민사, 가사, 행정재판 등 형사사건을 제외한 모든 재판을 스마트폰으로 진행할 수 있다. 모든 소송 서류는 디지털 문서화돼 빅데이터로 분석되고 관리된다. 두툼한 소송서류를 출력하거나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가장 편리한 점은 법원에 찾아갈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소장을 준비, 접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판이 열리는 날도 앱으로 법정에 접속만 하면 된다. 챗봇이 소송 준비 전 과정을 24시간 안내해주기 때문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일도 줄어든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과거 비슷한 재판 통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해 준다. 재판 받기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도 앱에 간단히 입력하면 된다.
대법원은 ‘스마트 법원 4.0’이 도입되면 법관들의 재판 부담이 줄어들어 현재보다 더 충실한 재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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