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체육의 길을 묻다-<9>]배구계 파워피플 1위 김연경의 진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1일 05시 30분


김연경. 스포츠동아DB
김연경.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는 3월 24일 창간 1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체육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 스포츠 파워피플을 꼽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배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뽑힌 이는 ‘여제’ 김연경(30·엑자시바시)이었다. 각 종목 파워피플 가운데 현역 선수로는 김연경이 유일하게 1위를 차지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배구계 최고 인기스타와 레전드 부문까지 휩쓸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김연경은 우승 청부사로 통한다. V리그(흥국생명)와 일본(JT 마블러스), 터키(페네르바체) 무대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7~2018시즌에는 중국 상하이를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았다. 최근에는 터키의 명문구단으로 손꼽히는 엑자시바시와 2시즌 계약을 맺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세터의 토스를 마무리해 줄 확실한 공격수가 필요했는데, 김연경이 적임자”라는 구단의 평가가 김연경의 위상을 설명한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김연경은 3월 파워피플 설문조사를 떠올리자 “결과에 동의한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특유의 자신감과 솔직함이 엿보인 대목이었다. 기자와 마주앉은 김연경은 배구를 비롯한 체육계의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때론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 설문조사 결과가 한동안 화제였다.

“(당시 해외에 있다 보니) 직접 보진 못했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 배구계 파워피플이라는 결과에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많은 분들에게 ‘식빵 언니’로 유명해졌고, 배구를 꾸준히 하며 해외 활동이 늘었다. 무엇보다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덕분이 아닐까 싶다.”

- 김연경에게 배구란 어떤 의미인가.

“변함없다. 내 삶, 마이 라이프다(웃음). 배구 없이는 내 삶도 없다.”

- ‘파워피플’의 말 마디마디가 지니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V리그 샐러리캡 관련 발언이 좋은예다 (김연경은 올 3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여자배구와 남자배구의 샐러리캡 차이가 너무 난다’고 쓴소리를 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자배구가 한창 발전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저기서 ‘여자배구 최고 전성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샐러리캡이 동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때가 사회적으로 성차별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시기라 더 예민하게 비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김연경. 스포츠동아DB
김연경. 스포츠동아DB


- 한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가장 선행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최근에 V리그에서 뛰어보지 않았기에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리그 운영 자체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다만 마케팅과 홍보 측면에선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TV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나가고 있지만, 팬들에게 배구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선수들의 인지도를 더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대표팀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선수들도 믿고 의지하며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중국리그에서 뛸 당시 김연경. 사진제공|중국배구협회
중국리그에서 뛸 당시 김연경. 사진제공|중국배구협회


- 일본과 터키, 중국리그를 거치며 배구를 바라보는 시야도 더 넓어지지 않았나.

“경기 외적인 부분이 그렇다. 유소년 배구 인프라를 보자. 일본과 유럽, 중국 모두 유소년 팀이 워낙 많다.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한다. 구단마다 배구교실을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유망주를 육성한다. 페네르바체의 경우에도 클럽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유소년 팀이 있다. 중국도 상하이가 그와 같은 방식으로 배구 꿈나무를 육성하고 있다. 잘 갖춰진 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키우는데다 자원도 많다 보니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 단순히 리그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얻는 정보도 많을 것 같다. 여러 국가의 배구 시스템 가운데 이상적이라고 느낀 게 있나.

“브라질 선수와 대화를 하며 인상적인 얘기를 들었다. 선수들에게는 조금 힘들 수 있지만, ‘방송사에서 황금시간대 중계권을 산다’고 하더라.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일요일 오전에 맞춰 경기를 하는 식이다. 팬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간대에 중계방송을 하면 확실히 파급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은 일찍 경기를 해야 하니 힘들 수 있겠지만, 팬들에게 어필하기는 더 좋지 않겠나. 이런 부분도 팬들을 위한 일이다. 이동거리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브라질에선 파비아나와 나탈리아 등 국가대표 선수들은 항공기로 이동할 때 비즈니스석에 탄다고 하더라.”

-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한 마디 부탁한다.

“미래를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지금은 아쉬움이 있다.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놓아야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체계적이고, 퀄리티 있는 시스템을 통해 선수들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느낀다.”

- 항상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멤버들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와 정신적 지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선배님과 선생님들에게 배우며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후배들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다(웃음).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기도 하다. 박은진 등 고교생 선수들도 함께하기도 했는데,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옛날이 좋고 편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 지금 김연경의 배구인생은 어디까지 왔나.

“60~70%다. 이제 2020도쿄올림픽을 향해 정진하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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