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성장률 보면 일자리 늘어야 정상
최저임금 여파로 투자 되레 위축… 정책오류 인정않고 외부요인 핑계
김동연 “충격적” 장관 책임론과 상반
전문가들 “고용창출, 규제개혁 필수… 경제팀에 친기업 인사 합류 필요”
5월 ‘고용 쇼크’의 원인을 두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일자리 정책이 정상 궤도를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5일 긴급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충격적”이라며 정책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다. 반면 이호승 대통령일자리기획비서관은 “5월 중순에 봄비치고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며 날씨 탓으로 돌렸다.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부총리의 발언을 1급 관료인 청와대 실무자가 반박한 셈이다.
○ ‘고용 쇼크’에도 민간 기업 하소연 외면
정부는 올 초 고용이 부진할 때마다 외부 요인 탓을 했다. 2월 경제활동 참가율이 0.4%포인트 하락했을 때 정부는 기상 악화, 설 연휴, 공무원시험 원서 접수 시점 변경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공무원시험 일정 변경은 청년 취업자 수가 급감한 4월과 5월 고용 쇼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단골 변명거리였다.
15일 이 비서관의 해명도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변죽을 울렸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감소했고 비가 많이 와서 건설, 농업 일자리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 급등과 반기업적 정책으로 기업이 고용할 여력이 없다는 민간의 하소연은 외면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나 청와대의 해명이 피상적이고 일자리 정책의 오류를 숨기는 데 급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3%대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취업자 수는 더 많이 늘었어야 하는데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워 다른 요인을 찾고 있다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분석했다.
일례로 건설업 분야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봄비 때문이 아니라 투자 둔화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일 내놓은 경제전망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8%대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올 1분기에는 2.7%로 증가 폭이 뚝 떨어졌다. 기재부는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지연돼 음식·숙박업 취업이 부진하다고 했지만 한국은행은 이달 5일 “중국인 입국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큰 폭(60.9%)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 항공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4월 한중 노선 항공편도 9439편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최대치다.
○ 정부-기업 신뢰 회복해야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이나 슈퍼급 본예산을 동원해 고용 쇼크를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정책의 틀이 잘못된 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우려가 크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분야, 특히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데 이를 배제하면서 설득력 없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을 흡수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려면 규제 개혁이 필수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산업 생태계를 유연하게 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부총리의 15일 긴급간담회 자리에 반장식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이 참석했는데 곧바로 청와대의 해명이 나온 것은 기재부와 청와대의 공조 체계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친화적인 인사가 경제 정책 라인에 합류한다면 정부와 기업 간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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