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배기 이모 양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았다. 이 양 부모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난해 12월의 일이다. 지난해 2월 태어난 이 양은 ‘선천성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가끔 숨을 가쁘게 쉬긴 했어도 호흡이 거의 멎은 건 처음이었다. 이 양은 서울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진단 결과 확장성 심근병증이 악화돼 심장의 좌심실 기능이 정상 수준의 5%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혈액이 심장에서 폐로 흘러가지 못하니 호흡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은 심장과 폐 기능을 대체하는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로 호흡을 유지시킨 후 이 양을 살릴 방법을 찾았다. 다른 사람의 심장이나 인공 보조심장을 이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심장이식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장기는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일수록 뇌사자가 없어 기다리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
이 병원 심장혈관병원 박영환 심장혈관외과, 정조원 소아심장과 교수팀은 이 양의 체외에 인공 보조심장을 부착하는 수술을 시도했다. 양수기처럼 피를 끌어다가 대동맥에 흘려줌으로써 좌심실 기능을 대체하는 장치다. 다만 지금까지 인공 보조심장은 성인에게만 이식을 해온 데다 심장이식 전까지 임시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해 체중 6.5kg에 불과한 한 살배기가 버텨낼지 자신할 수 없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양은 인공 보조심장 부착 후 심장 기능이 차차 좋아졌다. 몸이 붓는 증상도 사라졌다. 또래처럼 걸음마를 시작했고 소화 기능이 회복됐다. 체중도 9kg까지 늘어 6월 말에는 인공 보조심장을 모두 제거했음에도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었다.
박 교수는 “인공 보조심장이 임시 수단을 넘어 근본적으로 심장 치료에 성공한 첫 사례”라며 “5월에는 A 양(14)의 체내에 인공 보조심장을 이식하는 수술도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양은 지난달 6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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