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투병’ 전두환, 작년에도 ‘치매설’…“건망증 수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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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27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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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동아일보DB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동아일보DB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재판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불출석 사유는 ‘알츠하이머 투병’.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최초로 보고됐다.

전 전 대통령이 ‘치매설’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검찰의 압수수색 때 한 차례 치매설에 휩싸였지만, 민정기 전 대통령비서관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일요신문에 따르면,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의 정신건강 이상설을 일부 인정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제5공화국 신군부 인사 2명은 전 전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 인사는 “전 전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며 “건망증으로 넘길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일상 생활을 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이 대화 도중 ‘지금은 어디 살고 있냐’고 물어봤다”며 “대화를 나누는 짧은 시간 동안 4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다. 단순한 기억력 문제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이따금 뵈러 간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적은 처음”이라며 “이런 내용을 말하기가 껄끄럽긴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을 최근에 본 신군부 사람들끼리 대화에서 치매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나만 느끼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당시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세도 있고 해서 가까운 기억이 안 되는 등 그런 일이 있는 것 맞다. 추가적인 부분은 나중에 기회를 봐서 말하겠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회고록을 통해 기억력 이상을 언급한 바 있다.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 편 여는 말에는 “근년에 이르러 언제부터인가 나는 가까운 일들이 기억에 저장되지 않는 사례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사물을 인식하고, 사리를 판단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내가 정리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 마무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오래전의 일들은 마치 그림처럼 생생하게 뇌리 속에 남아 있었다. 그 기억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내서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고 써있다.

치매설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전 전 대통령 측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재판을 앞둔 26일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는 민 전 비서관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전 전 대통령의 현재 인지능력은 소송이 제기되어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잠시 뒤에는 설명을 들은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정상적인 진술과 심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왕복에만 10시간이 걸리는 광주 법정에 무리하게 출석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광주지법은 이날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 입장을 밝혔지만 공식적으로 법원에 연기 신청·불출석 사유서를 내지 않아 예정대로 재판을 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재판 불출석 이유로 든 알츠하이머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절차대로라면 이날 피고인이 공소장에 기재된 인물인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아 이를 진행하지 못하고 다음 공판기일을 지정한 뒤 이날 첫 재판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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