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터뷰] 문선민 “숨 가쁘게 달린 2018년, 아름다운 시즌 마무리 위해”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은 2018년이 참으로 숨 가빴다. 태극마크를 달고 꿈의 무대인 2018러시아월드컵을 누볐고, 현재 K리그1 에선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문선민은 “과분할 정도로 좋은 일들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아도 좋을까 싶은 한 해였다”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국가대표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에게 2018년은 어떤 의미일까.

개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간일 것이다. 5월 평생 가슴에 품은 대표팀에 승선했고, 지구촌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인 월드컵에 출전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물리친 2018러시아월드컵 ‘카잔의 기적’ 때 현장 그라운드에 있었다.

2009년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개최된 4개국 국제친선대회에 출전한 17세 이하(U-17) 대표팀에서 세 경기를 뛴 것이 태극마크 이력의 전부였으나 9년 뒤 문선민은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 잠결에 월드컵대표팀 승선 소식을 접했고,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심지어 그 경기에서 골 맛까지 봤다.

“좋은 일들이 과분할 정도로 많았다. 이렇게 많은 선물을 내가 한꺼번에 받아도 좋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정말 정신없이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바쁘지만 행복한 시간이다. 그냥 단꿈 속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선민은 마냥 웃지 못한다.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다. 소속 팀을 생각하면 너무도 안타깝다.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자신의 일이기에 부담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인천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올 시즌에도 치열한 강등권 탈출 경쟁에 휘말렸다.

아니, 예년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다. 0순위 ‘강등후보’다. 35경기를 치른 동안 7승12무16패(승점 33)에 그쳤다. 현재는 11위로 12위 전남 드래곤즈와 격차는 1점이다.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럼에도 문선민과 인천은 희망을 바라본다. 3일 상주 상무와의 안방대결에서 큰 용기를 얻었다. 34라운드까지 두 경기 차로 앞섰던 10위 상주를 2-1로 잡으면서 간극을 3점으로 좁혔다. 인천은 9위 FC서울과 상주~전남과 강등경쟁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문선민은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행복한 한해를 보내야 한다. 씁쓸하게 마무리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무조건 K리그1에 살아남아야 우리에게 다음이 있다. 전부 즐겁고 개운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싶어 한다. 따스한 겨울나기를 하려면 일단 (K리그1에) 생존하고 봐야 한다.”

요즘 인천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 소재가 ‘생존’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가면서 인천은 점점 하나로 뭉치고 있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것이 지금의 인천이다. 외국인 선수들이라고 예외는 없다. “급여를 받는 만큼 모든 걸 쏟아 붓자. 우리가 K리그1에 남아야 할 이유를 남은 시즌 증명하자”는 용병 누군가의 이야기에 토종 선수들이 깊이 감동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외부에서 붙여준 인천의 닉네임이다. ‘생존 DNA’는 인천이 믿는 구석이다. 위기에 내몰리고, 어려움을 겪을수록 쫓기는 쪽은 인천과 맞서는 상대들이다. “난 인천에서 이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딱히 의식하지 않는데, 상대 팀이 알게 모르게 불편한 기운을 느끼는 것 같다”는 게 문선민의 설명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왼쪽).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을 시작하며 문선민은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부상 없이 30경기 이상’ 뛰면서 ‘15개 이상 공격 포인트’를 뽑자고 굳게 마음먹었다. 스웨덴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안착한 인천에서 그는 30경기를 뛰며 4골·3도움을 했다. 올해는 더 강해졌다. 오래 전부터 근육과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휴식과 치료를 반복했음에도 34경기에서 13골·6도움을 올렸다.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최소 20개 이상 공격 포인트를 올리려 한다. 당연히 자신 있다. 꼭 해야 한다. 그 만큼 팀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까. 그냥 경기장에서 죽는다는 생각이다. 조급함이 전혀 없다면 거짓이나 그것이 곧 자신감의 추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열정을 꺾지 않으면서 냉정하게 실전에 임하면 좋은 일이 틀림없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인천은 10일 춘천에서 강원FC와 36라운드 원정경기를 갖는다. 나란히 K리그1 스플릿 라운드 그룹B(7~12위)로 떨어졌으나 강원은 생존을 확정지으면서 한결 여유롭다. 문선민과 인천이 외치는 반전의 출발이 이번 주말 강원 원정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