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4.4명. 지난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생을 마친 환자 수다. 이식 대기자는 2016년 3만 명을 돌파한 후 계속 늘어나는 반면 뇌사 기증자는 점점 줄어들어 이식할 장기가 부족한 ‘장기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말기 콩팥병 환자 홍모 씨(42)는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기적 같은 전화를 5년째 기다리고 있지만 기대감이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66.5%가 뇌사 시 장기나 인체조직을 기증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26일 밝혔다. 10명 중 6명꼴로 장기기증에 호의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결과를 접한 이식 대기 환자나 전문가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뇌사 시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한 서약자 비율은 2.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뇌사 추정자 중 가족이 장기기증에 동의한 비율도 15.3%에 그쳤다. 현행 장기이식법에 따르면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을 서약했어도 가족이 반대하면 장기를 적출할 수 없다.
더욱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16년 573명에서 지난해 515명, 올해(12월 3일 기준) 431명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뇌사 장기 기증자가 한 해 500명을 밑돈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많은 시민들이 생명 나눔의 숭고한 뜻에 공감함에도 실제 장기를 기증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기증자 예우에 대한 불신을 꼽는다. 지난해 10월 경기 A대학병원에서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한 후 시신을 유가족에게 넘기고 ‘나 몰라라’ 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게 결정타였다. 이를 계기로 ‘기증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신규 기증 서약자가 2016년 8만5005명에서 올해 9월 4만7661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기존 서약을 취소한 사람은 같은 기간 5039명에서 5896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그 사건’ 이후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맺은 53개 병원에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면 사회복지사를 파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회복지사는 뇌사 기증자의 시신을 영안실에 안치할 때까지만 동행한다. 협약을 맺지 않은 병원에서 A대학병원과 같은 사례가 반복돼도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대한이식학회 이사)는 “뇌사 기증자가 생기면 어느 병원이든 사회복지사를 보내 뇌사 기증자의 장례절차가 끝날 때까지 유가족과 동행하며 심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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