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수사관 ‘민간사찰-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0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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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독점 인터뷰]“김태곤 전 특감반 데스크가 입 열면 현 정부 큰일 날 것”

● “김태곤, 특감반 전체 동향·첩보 받아”
●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자살 동향 확인받아”
●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 동향 보고받아”
● “청와대, 갑질·채용비리·가상화폐 ‘테마’ 민간 사찰”
● “보고서 실적 늘리기 위해 민간인 동향·첩보 생산”
● “청와대, 잔여임기 많은 야권 성향 기관장들 부정적 세평 수집”
● “환경부, 기관장 사퇴 동향 문건 기다렸다는 듯 제공”
● “공항철도 감찰 지시 어이없어 거부”
● “국정조사와 특검 필요…청문회 대질증언하겠다”
● 청와대 측 “민간인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 만들지 않아”

최근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서
‘신동아’ 취재진과 만난 김태우 수사관. [홍중식 기자]
최근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서 ‘신동아’ 취재진과 만난 김태우 수사관. [홍중식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정치인을 사찰했고 여권 실세 비리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가 야권 성향 기관장들의 사퇴 동향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은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전직 특감반원)의 개인비리로 일축한다.

산 권력 상대로 얼굴과 이름 걸고 증언

‘신동아’는 최근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약 3시간 동안 김 수사관을 대면 인터뷰했다. 그는 정면 인터뷰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산 권력을 상대로 얼굴과 이름을 걸고 증언한다’는 뜻이다. 김 수사관은 이 자리에서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여권 실세 비리 의혹을 추가로 공개했다.

특감반 사태는 그 종착역이 어디인지 아직 가늠하기 힘든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신동아’가 김태우 반대편의 시각도 충실히 담고자 애쓴 이유이기도 하다.

1부 : 민간인 사찰 의혹

김 수사관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조사받으러 출두하면서 얼굴을 TV 카메라 앞에 처음 공개할 때 고통스러웠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 당당한 표정이던데.


“가족과 친인척 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검찰에 자주 출석해야 할 것 같아 공개하기로 했다. 당당하게 임하자고 결심했다.”

김 수사관은 1975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나 10살 때 경남 마산으로 이주해 경남에서 고교(창원시 경상고)와 대학(진주시 경상대)까지 나왔다. 검찰 9급 공채에 합격해 근무하면서 2년여 뒤 검찰 7급 공채에 다시 합격했다. 6년여간 대검중수부에서 수사관으로 일할 때 윤석열 중수1과장(현 서울중앙지검장)과 손발을 맞췄다. 2006년 ‘현대자동차 계열사 채무탕감 비리’ 수사에도 참여했다. 김 수사관에 대해 검찰 내에선 “꼼꼼하게 수사하고 계좌추적 업무에 밝다”는 평이 나온다.

김 수사관은 “‘경남 티오’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발탁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특감반에서 일하다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에 의해 쫓겨났다”고 말했다. 2014년 5월 우병우 비서관이 ‘정윤회 문건’ 파문 수습 차원에서 청와대 민정라인에 파견된 사정기관 출신 20여 명을 이유 불문하고 원대 복귀시켰는데, 김 수사관도 여기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특별감찰반은 인적 구성에서 박근혜 정부의 특감반과 다른가?

“원래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감사원, 청와대 경호실에서 직원들을 특감반에 파견했다. 검·경 출신이 좀 많긴 했다. 박근혜 정부 땐 경찰 출신이 많았다. 우병우 비서관 시절엔 특감반원이 15명 내외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검·경 출신으로만 특감반원을 구성했다. 조국 민정수석비서관-박형철 반부패비서관(1급) 산하에 이인걸 특감반장(변호사, 2급 선임행정관), 김태곤 특감반 데스크(검찰 수사관, 5급), 검·경 출신 특감반원 8명으로 특감반을 조직한 것이다.”

특감반 사태가 터진 후인 2018년 12월 14일 조국 민정수석은 “현재 검찰과 경찰 출신으로만 돼 있는 구성을 검찰·경찰·감사원·국세청 등 여러 기관 출신으로 다양화하겠다”는 ‘쇄신안’을 발표했다.

“언제부터 실적?” “지금 당장”

김태우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이 민간 영역임에도 테마를 주고 감찰을 시켰다”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김태우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이 민간 영역임에도 테마를 주고 감찰을 시켰다”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 검·경 출신은 문재인 정부의 특감반에 들어오고 싶어 했나?

“서로 오고 싶어 했다. 각 사정기관도 직원을 많이 파견하는 것이 자기 지분 확보에 유리하다고 봤다. 많은 직원을 보내려 했다.”

- 김 수사관 본인도 특감반 합류를 원했나?

“나는 두 차례 해본 경험이 있는 데다 우병우 비서관에게 쫓겨나듯 모양새가 안 좋게 나와서 자존심을 되찾고 싶었다. 수사업무를 오래했지만 정보업무가 더 적성에 맞았다. 시험을 봐서 5급으로 진급할 수도 있었다. 그랬으면 벌써 승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특감반에서 일을 잘해서 그 실적으로 승진하고 싶었다.”

- 특감반원들은 어떻게 충원됐나?

“원래는 알음알음 실력자들을 뽑아갔다. 문재인 정부에선 이례적으로 대검찰청이 전국 6급 검찰 수사관들에게 ‘청와대 특감반 근무를 희망하면 신청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난리가 났다.”

- 그 이후 진행 상황은?

“정보업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탈락했을 것이다. 나는 최종면접 대상에 올랐다.”

- 면접으로 특감반원을 뽑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청와대가 특감반 구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 누가 면접관이었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특감반장이 15~20분씩 특감반원 후보들을 개별적으로 면접했다. 내게 어느 검사와 함께 일했는지 묻더라. ‘실적을 많이 올릴 사람을 찾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검사 출신들이 그렇다. 내게 ‘언제부터 실적을 낼 수 있나?’라고 묻기에 ‘지금 당장 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막 웃더라. 면접을 끝내고 광화문역 쪽으로 한 15분 정도 걷고 있는 도중에 이인걸 특감반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날이 일요일이었는데, ‘다음 주 수요일(7월 4일)부터 출근하라’고 하더라. 바로 뽑힌 것이다. 다시 기회를 얻은 것 같아 정말 감사했다. 그래서 엄청 열심히 일했다.”

특별감찰반은 2003년 3월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시절 행정부 고위공직자,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 대통령의 친인척,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을 감찰하기 위해 민정수석 산하에 설립돼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그대로 이어졌다. 청와대 밖 창성동 별관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돼왔다. 김 수사관에 따르면, 2017년 7월 중순 경찰 출신 4명이 특감반에 들어오면서 특감반원들은 경찰 출신 4명, 검찰 수사관 출신 4명으로 진용이 갖춰졌고 본격적으로 보고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수사관에 따르면, 특감반은 이내 ‘실적’ 문제에 직면했다고 한다.

“실적 때문에 민간인 정보 생산”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관한 원칙이 확립돼 있지 않았다. 비서관과 특감반장은 처음엔 ‘동향’과 ‘첩보’(수사할 가치가 있는 구체적 범죄 의심 정보)를 구분하지 못했다. 특감반원 대부분이 정보업무를 해온 사람인데, 이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청와대 특감반에 오면 고위 공직자, 대통령의 친족, 특수관계인 등으로 조사 범위가 한정된다. 보고서 생산 실적이 안 나온다. 네트워크를 새로 쌓아 실적을 내려면 6개월 이상 걸린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특감반에서 실적이 안 나와서 심하게 깨진 적이 있다. 특감반원들이 ‘놀러 다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특감반은 보고서 실적을 늘리기 위해 사찰 대상이 아닌 민간인에 대해서도 동향·첩보 정보를 생산해 보고하기 시작했다”는 게 김 수사관의 증언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정보”

- 적폐청산이 문재인 정부의 화두인데, 특감반의 동향·첩보 활동이 적폐청산이나 검찰 수사와 연계가 됐나?

“관계가 있었다. 내가 문재인 정부 초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측의 비리의혹에 관한 보고서를 썼다.”

- 그 기관은 공공기관인가?

“공공기관이 아닌 공직유관단체라 특감반의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청와대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찰 리스트에도 이 보고서 제목이 나온다. ‘창조경제’라는 기관명에서 보이듯이 박근혜 정부의 인사 비리 의혹에 대한 내용이었다.”

- 반응이 어떠했나? ‘왜 민간을 사찰하느냐’는 질책을 받았나?

“박형철 비서관과 이인걸 특감반장은 ‘국정농단 냄새가 풀풀 나는 정말 마음에 드는 정보다’라고 말했다. 이 보고는 대검에 이첩되기도 했다. 이후 내가 다른 건을 보고하자 비서관이 ‘지난번 게 더 좋았다’고도 했다. 그 정도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보고를 좋아했다.”

- 민간인 정보를 어느 정도 보고했나?

“내가 수집해 보고한 정보를 망라해보니 동향과 첩보를 포함해 130건쯤 되더라. 동향이 대부분이고 첩보는 30여 건이다. 이 중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추리면 15~20건이 된다.”

- 김 수사관 본인이 임의로 쓴 것인가, 아니면 계통을 밟아 정식으로 보고해 채택된 것인가?

“나는 이번 특감반에서 동향과 첩보를 합쳐 130여 건을 썼는데 이 중에 정식 보고로 채택되지 않고 거부당한 것은 4건 정도로 기억한다.”

-어떻게 그렇게 기억하나?

“거부될 땐 출력된 보고 내용을 반송받으니까 확실히 각인된다.”

- 조국 민정수석은 김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정보를 올려 엄중히 경고했다고 했는데.

“나는 1년여간 민간인 사찰 정보를 계속 보고했다. 경고를 실제로 받았다면 그렇게 보고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경고는 없었다. 심지어 특감반 출범 직후부터 2018년 3월까지 연속 9개월 동안 매월 ‘격려’ 차원에서 다른 팀원보다 10만 원씩 수당을 더 받기도 했다. 이 기간에도 민간인 관련 보고를 계속 올렸다. 경고한 사안을 격려하나? 청와대 업무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에 나타난 보고서 파일을 보면, 1년간 매월 꾸준히 민간인 정보를 작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케이 하면 보고서 써”

반면, 청와대 측은 김 수사관이 특감반 초기에 민간인 사찰 보고를 올리자 엄중히 경고했으며 이후 이런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수사관은 “내가 특감반 안에서 실적으로 1~2등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특감반원 개인별로 실적을 매겨 점수화한다. 첩보가 단연 점수가 높다. 나는 2017년 7, 8, 9, 10, 11, 12월과 2018년 1, 2, 3월 등 9개월 동안 연속으로 실적 점수에서 1~2등을 해서 빠짐없이 봉투를 받았다. 당시 특감반원 8명 중 상위 2명에게 봉투를 줬다.”

이 10만 원 격려금 지급에 대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신동아’에 “특감반 내에서 돈이 어떻게 배분됐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특감반장이 ‘민간인 부분에 대해선 정보를 수집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청와대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에서 확인되듯이, 나는 매월 민간인 동향·첩보를 보고했다. 그런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민간인 관련 정보를 냈겠나?”

나아가 김 수사관은 “비서관이나 특감반장이 수동적으로 보고를 받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찰을 허락하거나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비서관이나 특감반장이 민간인 사찰을 시킨 적이 있는가?

“있다. 동향·첩보를 임의로 쓰는 게 아니다. 외근하면서 이인걸 반장에게 ‘이러이러한 게 있는데 이걸 한번 해볼까요?’라고 먼저 물어봤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턴 계통을 밟았다. 아침에 출근해 보고서로 썼다. 데스크 다음에 특감반장, 비서관 이렇게 되는 거다.”

- 김 수사관과 이인걸 특감반장 사이엔 김태곤 데스크가 있는데, 이 특감반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인가?


“김태곤 데스크는 내가 올린 보고를 신속히 처리하지 않아서 나와 사이가 안 좋았다. 그래서 김태곤 데스크가 아니라 이인걸 반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정보 취득 즉시 선보고해 이 반장이 ‘오케이’ 하면 정식 보고서를 쓴 것이다. 김태곤 데스크는 이 반장이 ‘태우가 이런 걸 쓴다는데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으면 자기가 쉴 수 없고 편집을 안 할 수가 없고 바빠지니까 나를 좀 싫어했다.”

김태우 수사관의 말로는, 그가 보고한 거의 모든 동향·첩보 보고서의 경우, 그 요지를 먼저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로 보고해 ‘보고서로 생산해도 좋다’는 특감반장 등의 승인을 얻은 뒤에 내용을 보강해 정식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데스크를 통해 특감반장 등에게 보고했다는 이야기다.

“포괄적 지시와 세부적 지시”

- 포괄적 지시, 세부적 지시는 무엇인가?

“반부패비서관실이 ‘어떤 걸 해오라’고 테마를 준다.”

- 구체적으로 어떤 걸 조사해오라고 시켰나?

“2017년부터 2018년까지 TV에서 가장 많이 나온 뉴스가 ‘갑질’이었다. 반부패비서관실이 특감반원들에게 ‘불공정 갑질행위를 찾아오라’고 시켰다. 이게 테마다.”

- 다른 것도 시켰나?

“채용비리, 지역토착비리를 조사해오라고 명령했다.”

- 갑질, 채용비리, 지역토착비리.

“이런 것들이 다 민간 부문이다. 심지어 ‘재건축비리’ ‘가상화폐’도 조사하라고 시켰다. 가상화폐의 경우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관여한 내역을 알아보라고 지목했다. 이렇게 주로 민간 영역임에도 테마를 정해주고 감찰을 시켰다.”

김 수사관은 “이 포괄적 지시에 따라 시멘트업계의 불공정 갑질 첩보를 보고해 윗선에서 채택됐다. 청와대는 이 첩보를 관계기관에 이첩해 조사까지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의 포괄적 지시에 의한 민간 부문 사찰 사례”라고 했다.

- 시멘트업계 갑질 건도 사전에 텔레그램으로 이인걸 반장에게 보고했나?

“그렇다. 불공정 갑질을 조사하라고 해서 이런 걸 했다고 보고했다.”

- 그랬더니?

“오케이라고 하더라. 이 반장은 ‘오케이’라고 하거나 바쁘면 ‘응’이라고 했다. 혹은 ‘그래 써’라고 하기도 했다. 반응이 다양한 편이었다. ‘하지 마라’고 한 적이 거의 없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보고를 받아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태우 수사관은 “민간 사찰에 해당하는 점을 알고도 청와대가 사찰을 지시한 것이다. 시멘트업계 갑질 첩보라는 ‘민간 사찰 결과물’을 ‘생산’해 이첩 등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비서실직제에는 특감반의 업무 방식이 특정돼 있다. 이에 의하면 특감반의 최고 조치는 사정기관 이첩이다. 수집된 정보에 대한 최선의 조치가 바로 조사해 사실로 드러나면 처벌하라는 이첩인 것이다.”

김 수사관의 시멘트업계 갑질 보고에 대해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민간부문이라 더 이상 진행은 하지 않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참고자료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보고서는 반부패비서관이 보고를 받았으나 공정위에 참고자료로 이첩한 사안”이라고 했다.

“다른 특감반원들도 민간인 사찰”

김 수사관은 “코리아나호텔 건은 내가 갖고 온 게 아니고 위에서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김 수사관은 “코리아나호텔 건은 내가 갖고 온 게 아니고 위에서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문재인 정부의 특감반원들에겐 ‘기본업무’라는 게 있었다고 한다. “이것만큼은 최소한 해야 한다, 밥값을 해야 한다”에 해당하는 필수 과제였다고 한다. 김 수사관은 “이 기본업무가 일주일에 한 건 동향을 내는 것이었다. 첩보 수준은 아니고 한두 장짜리 동향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특감반원 8명이 한 건씩 내면….

“8건이 되는데, 대개 8건이 다 안 모였다. 한두 명은 다른 일로 바빠서 안 내고 했으니까. 마음에 안 드는 건 보완을 시켜서 보통 5건 정도는 만들었다. 그걸 데스크가 특감반장에게 보고했고 특감반장은 그걸 반부패비서관에게 들고 갔다. 반부패비서관은 이 중에서 진짜 아니다 싶은 것은 빼겠지만 4건은 모았다고 한다. 윗선에서 연간으론 250건 정도를 받아본 셈이다.”

- 그 기본업무로 되어 있는 주1회 동향에 민간인도 있었고?

“당연히 있었다. 내가 올린 동향의 경우 전체의 10~20% 가까이는 민간인에 대한 것이었다.”

- 김 수사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진보 성향 학자인 사립대 J 교수에 관한 동향을 보고했나?

“부인 문제로 J 교수가 사적 감정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는, 반 페이지 조금 넘는 내용이었다.”

- 청와대 측은 김 수사관이 쓴 이 J 교수 동향은 누구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데.

“자기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다 싶은 것은 안 받았다고 하는 것 같다. 이런 동향 보고가 매주 5건씩 모인 것이다. 나는 첩보 위주로 쓴 사람이라 민간인 부분에 대해선 많이 쓰지 않았다.”

- 다른 특감반원들은 동향 보고에 민간인을 포함했나?

“예를 들어 금융 분야를 맡은 특감반원이 있었다. 금융권에 금융지주 회장이라든지 민간인에 대해 쓸 게 많다. 나보다 민간인 동향을 많이 쓴 것으로 안다. 나는 건설·환경 분야를 맡고 있었다. 다른 특감반원들이 쓴 민간인 동향 보고서를 우연히 보게 된 적도 몇 차례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지방선거 전에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관한 수사 동향 보고서를 보기도 했다. 이것은 야당 광역단체장에 대한 정치사찰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

“우병우에게 쫓겨났던 살풀이해”

- 특감반의 매주 동향 보고는 시사주간지처럼 특정 요일에 수합돼 보고됐나?

“보통 금요일에 동향을 모았다. 특감반원들이 금요일에 내기도 했다. 다른 일이 있어 김태곤 특감반 데스크의 책상에 갔더니 다른 특감반원들이 낸 동향 보고서가 쌓여 있었다. 어떤 내용인지 보였다. 대부분이 민간인 것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 하면 특별감찰반의 감찰 대상이 상당히 한정돼 있는데 특감반원들이 매주 건수를 채워야 하니 동향 소재에 쪼들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민간인 동향에 대해서까지 막 쓴 것이다. 왜냐하면 이슈가 될 만한 민간인 동향을 쓰는 것을 위에서 좋아했으니까.”

김 수사관은 “대검 범죄정보2과에서 만날 쓴 게 첩보가 아니고 동향이었다. 그 보고는 검찰총장이 받아보는 일간신문이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태우야, 코리아나호텔 ○○○이 자살했는데…”

- 김 수사관이 작성한 ‘20170714(김태우)-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라는 보고서에 대한 반응은 어떠했나?

“좋아했다. 특감반이 한 달에 한 번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하고 회식을 했다. 그 자리에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나를 참 예뻐했다. 실적이 많았으니까. 박 비서관이 ‘우병우에게 쫓겨났던 살풀이를 해’ ‘더 많이 해’라고 격려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들에게 부담이 되니까 나를 버린 것이다.” 그러나 조국 수석은 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홍준표 후보 관련 보고서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 특감반장 선에서 엄중경고를 주고 끝냈다”고 답했다.

- ‘20170711(김태우)-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 자살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도 윗선에 보고했나? 사찰 대상자가 민간인인데.

“그 건은 특이하게도 김태곤 특감반 데스크가 내게 직접 시켰다.”

- 시켰다?

“다시 말하지만, 특감반엔 포괄적 지시가 있었다. 채용비리라든지 테마를 정해 지시했다. ‘채용비리에 해당하는데 민간인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문의하면 ‘오케이, 해라’ 이렇게 답이 온다. 이렇게 두 번 지시를 받는다. 그런데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자살 건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특감반 데스크가 ‘야, 태우야, 저기 코리아나호텔 ○○○이 자살했는데 그 동향을 한번 확인해줘라’라고 아주 은밀하게 구두로 지시했다. 텔레그램도 아니고. 그래서 되게 이상하게 생각했다.”

- 그래서 어떻게 했나?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열심히 했다. 고소장에다 유언장에다 하여튼 근거자료까지 첨부해 갖다줬다. ‘카더라’ 하는 말만 들은 게 아니다. 그러자 ‘그래. 잘했어. 고생했어’라고 하더라. 이처럼 코리아나호텔 건은 내가 갖고 온 게 아니고 위에서 하라고 시킨 거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이 동향보고에 대해 “김 수사관 개인이 한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에서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 수석은 “반부패비서관, 민정비서관, 특감반장도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지시나 보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나온 조 수석의 답변에 따르면, 김태우 수사관이 업무 시작 직후 민간인 사찰 정보를 보고하자 박형철 비서관이 2017년 7월 민간인 관련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으며 이후 1년 정도 김 수사관은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김 수사관과의 대화다.

“뭐라도 좋으니 다 갖고 와라”

- 김 수사관은 ‘가상화폐 첩보를 보고하면 특진시켜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그런 사실이 있는가?

“이인걸 특감반장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를 받아와서 아침에 전체회의를 했다. 특감반장, 데스크, 반원 10명이 다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 특감반장이 ‘이제부터 비트코인으로 가야 한다. 오더 나왔다’라고 했다. 이어 ‘참여정부 인사’라고 딱 찍더니 ‘뭐라도 좋으니 다 갖고 와라. 비트코인을 보유했든 비트코인과 관련해 무슨 활동을 했든 뭐라도 좋으니 갖고 와라’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텔레그램에 비트코인 방을 따로 만들었다. 이후 나는 아는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조사해 보고했다. 다른 반원들도 올렸다. 그러고 있는데 얼마 후 아침에 갑자기 ‘비서관님이 오늘 당장 보고서 올리라고 한다’면서 난리가 났다. 내게 부랴부랴 와서는 ‘네가 올린 것만이라도 양이 좀 되니까 동향을 정리해서 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올린 것을 중심으로 다른 팀원들이 올린 것도 첨부해 보고서를 냈다. W 더불어민주당 의원, B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상화폐를 보유한 내역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 달 뒤에 고건 전 총리의 아들 고진 씨의 동향도 올렸다.”

“‘참여 정부 인사’라고 딱 찍더니”

- 윗선의 반응은 어땠나?

“보고한 시점이 2017년 12월이었는데 이 보고에 대해 너무 좋아하더라. 보고서를 올린 이후 회식이 열렸다. 박 비서관이 술이 되게 세다.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마신다. 박 비서관이 우리 테이블에 왔다. 내가 바로 맞은편 정면에 앉았다. 그때 박 비서관이 조국 수석의 말이라면서 ‘참여정부 인사들이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비리첩보를 써서 수사기관에 보내 처벌할 수 있는 정도까지 되면 1계급 특진시켜준다’고 했다. 나는 박 비서관이 말한 내용을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로 이인걸 반장에게 알려줬다.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그래서 한 달 후에 고진 씨의 동향도 보고한 것이다.”

- 참여정부 사람들이면 청와대와 같은 편 같은데 왜 청와대는 이들의 비리 첩보를 확보하려 한 것인가?

“그 이유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참여정부 인사 대부분이 지금은 민간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가상화폐는 민간인 사찰과는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18년 12월 18일 특감반이 노무현정부 공직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것에 대해 “감찰이 아니라 정책 수립을 위한 자료조사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측은 대부분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공적 감찰을 수행하다가 민간정보가 섞여들어 갔을 뿐이고 그나마 직제를 벗어난 정보들은 폐기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생활적폐가 노래방 도우미”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재직 시절 작성한 보고서들을 보여주는 청와대 업무 컴퓨터 화면 (김 수사관의 설명·왼쪽), 환경부가 작성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재직 시절 작성한 보고서들을 보여주는 청와대 업무 컴퓨터 화면 (김 수사관의 설명·왼쪽), 환경부가 작성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이인걸 특감반장은 김 수사관에게 민영기업인 (주)공항철도의 임직원 비위 첩보의 진위 조사를 두 차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사관은 다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공항철도는 대통령 직제규정상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 청와대 측은 “이 특감반장이 공항철도를 공기업으로 잘못 알고 김 수사관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인걸 특감반장의 민간기업 감찰 지시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 건은 의미가 있다. 이 특감반장은 ‘(주)공항철도 비리(생활적폐) 관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김 수사관에게 건네면서 감찰을 지시했다. 이 반장이 들고 온 문건에 공항철도가 주식회사라는 점이 명기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 반장이 공항철도를 공기업으로 착각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코리아나호텔 건에 대한 김 수사관의 말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특감반 상부가 무리한 지시를 하더라도 대체로 순순히 수행했다. 그러나 공항철도 건에 대해선 아예 감찰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특감반장이 건넨 문건의 ‘생활적폐’라는 표현이 이목을 끈다. 생활적폐란 무슨 뜻일까. 김 수사관과의 대화다.

- 청와대는 ‘공공기업인 줄 알았다. 민간기업인 줄 몰랐다’고 말하는데.

“이 특감반장이 2018년 5월 24일 내게 ‘(주)공항철도 비리(생활적폐) 관련’이라는 문건을 줬다. 그러면서 ‘우리 대상은 아닌데 비리가 있다고 하니 알아봐라’고 내게 말했다. 이 특감반장은 공항철도가 감찰 대상이 아닌 민간기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찰을 지시한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또렷이 기억한다.”

- 지시의 어떤 부분이 특히 어이가 없었는지.

“공항철도 임직원은 민간인이다. 더구나 문건의 ‘생활적폐’는 노래방에서 도우미 접대를 받았다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노래방 도우미를 어떻게 확인하나? 그러다 내가 잡혀갈 것 같았다.”

-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조사 지시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상관 면전에서 ‘노’라고 안 한다. ‘아, 예’ 하고는 조사를 안 했다. 4개월 정도 지나 이 특감반장이 답답했던지 내게 더 물었다. 나는 ‘확인 중입니다’라고 답했다. 얼마 뒤 데스크가 사무실에서 조모 반원에게 이 일을 시켰다. 그때 내가 미움받을 짓을 했다.”

“되게 센 사람이 누구 앉히려고…”

- 어떻게?

“다른 반원들이 다 있는 사무실에서 내가 ‘그건 우리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청와대 측은 왜 노래방 도우미 문제를 ‘생활적폐’로 포장하면서까지 민간기업에 대해 감찰하라고 지시한 걸까?

“되게 센 사람이 공항철도에 누구를 앉히려고 했는데 공항철도 측이 말을 안 들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 혼내주려고 사찰을 시킨 것으로 안다. 내가 그 지시에 안 따른 데다 남 시키는 것까지 방해해버리니까 아마 청와대는 나를 괘씸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다른 사람한테까지 내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청와대에 화가 났다.”

- 정말 공기업으로 잘못 안 것은 아닐까?


“청와대의 그 해명은 거짓말이다. 이 반장은 공항철도가 민간회사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2부 :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의혹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의혹도 김 수사관의 내부고발로 촉발됐다. 환경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라는 문건을 실제로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블랙리스트 의혹은 더 강하게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는 처음엔 이 문건 자체가 없다고 했다가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요청으로 만들었다”고 번복했다.

이 문건은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산업기술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국립생태원, 낙동강생물자원관, 환경보전협회, 상하수도협회의 기관장·임원·감사 등을 실명으로 적시한 뒤 이들에 대해 “사표제출예정” “반발(새누리당 출신)” “반발(KEI 출신)” “사표제출” “사표제출예정” “現정부 임명” “후임 임명 시까지만 근무”라고 ‘현재 상황’을 기록했다.

당사자인 김 수사관은 ‘신동아’에 “내가 환경부에 이 문건을 만들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 환경부가 스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 특감반이 잔여임기가 많이 남은 야당 성향 공공기관장과 감사 100여 명에 대해서만 부정적 세평을 수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청와대 리스트와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연계돼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가 실행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은 김 수사관이 환경부에 요구해 만든 것인가?

“아니다. 환경부가 거짓말을 많이 했다. 처음엔 문건이 없다고 했다가 그 다음엔 김태우가 요청해 만들었다고 했다.”

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환경부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태우 특감반원이 2018년 1월 환경부에 오는데 가만히 상견례만 할 수 없으니 ‘필요한 게 뭐냐’고 했고 ‘부처 주요 동향, 산하기관 동향 정도면 되겠다’ 하니까 국장님이 관련 자료를 만들어야 되겠다 그래서 제가 만들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 안에 한국환경공단 임원 2명이 사표 제출 요구에 반발한다는 표현이 있는 것에 대해선 “해당 기관의 이사장과 임원들이 모인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건네 듣고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수사관의 설명은 다르다.

“같은 ‘우군’이라 여겨 준 것”

- 2018년 1월 환경부를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기관을 자주 출입해봐서 아는데, 기관의 감사담당관실은 원래 자료를 잘 주지 않는다. 그날 환경부를 찾아간 것은 내가 당시 환경부 장관과 관련해 쓰고 있던 첩보에 들어갈 환경부 내부 자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간 김에 환경부 감사담당관실 측과 대화하게 됐다. 나와 환경부 감사담당관실의 공통 관심사가 뭐냐 하면 산하기관들에 대한 감찰이다. 그래서 내가 ‘산하기관들은 별일 없나?’라고 환경부 측에 별 뜻 없이 물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과 ‘환경부 출신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문건을 내게 제공한 것이다.”

- 환경부가 왜 김 수사관에게 그런 문건을 줬다고 생각하나?

“같은 ‘우군’이라고 여겨서 준 것이겠지. 문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을 진행 중’ ‘최근 야당의원실을 방문해 사표제출요구에 대해 비난하고 내부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청와대 특감반이 하고 있던 야당 성향 공공기관장 사찰을 환경부도 하고 있었고 심지어 사퇴를 실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게 ‘저희가 사표를 잘 받아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속으로 ‘이 사람들이 겁도 없네’라고 생각했다.”

김 수사관의 말인즉, 지나가는 말로 ‘산하기관들에 별일이 없냐’고 물었을 뿐인데 환경부가 같은 우군인 청와대 특감반에 잘 보이려고 야당 성향 기관장 사퇴 동향 문건을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청와대 측은 김 수사관으로부터 환경부의 이 문건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수사관은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있는 세종시에서 청와대로 바로 보고하고 싶었다. 그래서 문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서 현장에서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 그래서 문건 사진에 1월 18일이라고 찍혀 있는 것이다. 종이문서로 받았던 것을 그대로 특감반장에게 건네주어 보고했다.”

- 보고하니까 반응이 어떻던가?

“‘오오, 그래’ ‘어, 그래’ 하면서 받아가더라. 하여튼 그 문건은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게 맞다. 왜냐하면 즉석에서 그런 수준의 기관장 동향 문건이 생산되지 않는다. 한 달 정도는 걸린다. 청와대와 정부의 수뇌부에서 보수야권 성향 공공기관장들을 속히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자기네 사람들을 앉히려고 기획했던 것으로 의심된다.”

“짠 듯이 낙하산이 막 들어와”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 환경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에서도?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짠 듯이 낙하산이 그냥 막 들어오겠나? 누가 봐도 그 환경부 문건은 블랙리스트다. 심지어 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기관장들은 실제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블랙리스트가 실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KBS는 1월 4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해당 문건에 등장하는 당시 공공기관 임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018년 8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과 임원들이 모두 사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사표를 낸 겁니까, 장관님께서 사표를 내라고 한 겁니까?”라는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사표를 내시도록 부탁을 드린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청와대와 상의해서 했습니까, 장관님 판단입니까?”라는 이어지는 질문에 김 장관은 “환경공단의 임명 권한은 사실 제게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김동철 의원은 “전부 청와대가 개입하니까 ‘만기친람 청와대’라 비판하는 것”이라고 청와대를 성토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특감반은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을 쫓아낼 동향 자료를 만들라”고 환경부 담당 김 수사관과 다른 한 특감반원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김 수사관 등은 “재활용쓰레기 대란의 책임이 환경부 장관에게 있다’는 취지의 관련 자료를 생산했다”고 한다.

“환경부 장관 잘라야 하니까 써라”

- 누가 지시했나?

“특감반장이 반부패비서관 이야기를 듣고 오더니 ‘환경부 장관을 잘라야 하니까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 보고서를 쓰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재활용쓰레기 대란과 흑산도 공항 건으로 두 차례 써서 보고했다. 결국 김은경 장관은 경질됐다.”

이러한 김태우 수사관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환경부 문건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며 공공기관에서 보수야당 성향 임원을 내보내려고 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라고 하는데 이게 블랙리스트인가?”라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그냥 임기가 어떠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정보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문건을 만드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전 정권 시절에 임명된 인사가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출하기 위해서 청와대 또는 감사원, 국정원 이렇게 동원된 적이 있나?”라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이만희 의원은 2018년 12월 31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궁하면서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김 전 본부장은 임기3년을 마친 것으로 드러나 블랙리스트 의혹제기의 신빙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20~30명씩 할당해 ‘쫓아낼 세평’ 작성”

“청와대 특감반이 생산한 거의 모든 동향·첩보를 접한 김태곤 전 특감반 데스크는 이번 의혹을 풀 열쇠”라고 김태우 수사관은 말했다. [홍중식 기자]
“청와대 특감반이 생산한 거의 모든 동향·첩보를 접한 김태곤 전 특감반 데스크는 이번 의혹을 풀 열쇠”라고 김태우 수사관은 말했다. [홍중식 기자]
김태우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이 보수야당 성향 공공기관장과 감사들을 조사한 문건을 만들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는 정치권에서 큰 쟁점이 됐다. 김 수사관에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물어봤다.

- 특감반장의 지시로 330개 공공기관 임원 리스트를 작성한 적이 있나?

“그 일은 특감반이 만들어지자마자 한 일이다. 검찰 직원 4명이 먼저 특감반에 왔다. 그 2주 정도 뒤에 경찰 직원들이 왔다. 이렇게 특감반 구성이 완료되니까 비서관의 지시를 받았다는 특감반장이 데스크와 저희 반원 전원을 회의실에 소집했다.”

- 어떤 회의였나?

“특감반장이 화이트보드에다 뭘 그리면서 설명했다. 330여 공공기관별로 소관 부처, 기관장 이름, 감사 이름, 이들의 특이경력을 표로 만들라는 지시였다.”

- 특이경력이란….

“박근혜 캠프 출신, 새누리당 출신 같은 것이다. 그래서 특감반원 중 가장 막내인 한 경찰경감이 밤을 새가면서 하루 만에 엑셀 프로그램으로 그 틀을 만들었다. 빨리 하라고 하도 독촉하니까.”

김 수사관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8일 만에 ‘공공기관 현황’ 문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김 수사관은 ‘공공기관 현황, 김태우 작성 부분’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떠 있는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이 문건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30여 공공기관의 사장과 감사 660여 명의 이름과 특이경력 등을 담았다”고 했다.

- 이러한 문건을 만든 다음에 후속작업이 벌어졌나?

“이 상태에서 잔여임기가 2~3개월에 불과한 사람들을 제외한 채 잔여임기가 제법 많이 남은 사람들 중에서 박근혜 캠프 출신이라든지 보수야당 쪽 추천을 받은 특이경력이 있는 사람들만 별도로 모았다. 100~200명 정도가 됐다.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다시 회의가 열렸다. 특감반원 8명에게 1명당 기관장·감사 20~30명을 배분해주더라. 그러고 난 뒤 이들 기관장·감사에 대한 세평(世評)을, ‘쫓아낼 만한 세평’을 만들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 그래서 만들었나?

“‘공공기관 현황, 김태우 작성 부분’이 바로 그런 내용이다. 특감반원들은 각자 작성한 것을 서무한테 보냈다. 그러면 그가 다 취합해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 위에까지 올라갔을 것이다.”

- 여권은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은 김태우가 혼자 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것에 대해선 지금까지 내가 충분히 답을 한 것 같다. 민간인 사찰의 경우 다른 특감반원들이 동향 보고에 쓸 거리가 별로 없어서 나보다 민간인 사찰 정보를 더 많이 쓴 것으로 안다.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작성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사찰은 아니지만 이전 정부 사람들을 찍어내려 한 일종의 정치사찰이다. 이것도 불법사찰로 봐야 한다.”

- 이전 정부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나?

“그건 맞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이들을 응징했다. 자기들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받아야 한다.”

“청와대 특감반에서 330여 개 공공기관의 장과 감사들에 대한 출신 성향 세평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일이 있는가?”라는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조 수석은 “지금 문서를 그렇게 만든 것 보관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작성한 사실은 있는가?”라는 추가 질의에 조 수석은 “제가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작성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거듭된 질의에 조 수석은 “없다. 김태우 요원이 그걸 보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답했다.

“오전에 그러한 문건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라는 이 의원의 질문에 조 수석은 “김태우 요원이 만들었다는 문건이 존재한다는 것이지 저희가….”라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이 “김태우가 만든 게 아니다. 특감반에서 이인걸의 주도에 의해 만든 거다”라고 하자 조 수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3부 : 김태곤 전 특감반 데스크의 입

청와대 특감반 내의 위계상 이인걸 특감반장과 특감반원들 사이에 위치한 김태곤 특감반 데스크(5급)는 이번 특감반 사태에서 언론의 조명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러나 김태우 수사관은 “특감반원들이 올리는 거의 모든 공식적 동향·첩보 보고는 특감반 데스크를 거쳐 특감반장과 반부패비서관 등 윗선으로 올라간다. 특감반이 생산한 모든 동향·첩보를 접한 특감반 데스크가 이번 불법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의혹을 풀 열쇠”라고 말했다.

이어 김 수사관은 “기업 관계자와 골프를 친 문제로 나와 다른 특감반원들은 검찰에 복귀한 후 검찰에서 징계를 받을 처지가 됐다. 그러나 기업인과 함께 골프를 친 김태곤 특감반 데스크는 징계에서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 김태우 수사관은 최모 S사 회장과 같이 골프를 친 적이 있나?

“그렇다.”

- 보통 골프에선 4명이 한 조를 이루는데, 동반자는 누구누구인가?

“최모 회장과는 경기도 E 골프클럽에서 한 번 쳤는데, 당시 3명이 참여했다.”

- 나머지 동반자는 누구인가?

“당시 특감반 데스크인 김태곤 사무관이었다. 골프 비용의 경우, 최 회장이 안 받으려고 해서 나는 내 비용을 올려놓고 왔다. 이날은 내가 윗사람인 김 데스크를 최 회장과 함께 골프를 치는 데 모시고 간 자리였다. 내가 김 데스크를 최 회장에게 소개해줬다. 검찰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김태곤 사무관은 나와 최 회장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감찰에서 인정했다고 한다. 기업 관계자와 골프를 친 나와 다른 특감반원들은 징계를 받을 처지가 됐지만 김태곤 전 데스크는 처벌에서 빠져 있다. 그는 특감반원 8명이 내는 모든 보고서를 받은 사람이다. 특감반원 전체가 제출한 내용을 거의 다 안다. 그 사람이 입을 열면 큰일이 날 것이다.”

“4배 이상의 효력”

- 만약 김태곤 전 데스크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편에 서면 어떻게 되나? 김태곤이 김태우의 내부고발을 사실로 인정한다면?

“현 정부가 박살 나는 것이다. 탄핵이 논의될 것이다. 하여튼 김 전 데스크는 우리 8명 것을 다 안단 말이다. 그가 입을 열면 내가 공개한 것의 4배 이상의 효력이 있는 것이다. 다른 특감반원들은 가만히 있으면 안 잘리니까 말을 못 한다. 절대 말을 못 한다.”

‘신동아’는 김태곤 전 특감반 데스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의 휴대전화로 수차례 연락을 취했다. 이때마다 신호는 갔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엔 전화를 걸면 바로 음성메시지로 넘어갔다.

이어 ‘신동아’는 김 전 데스크에게 김태우 수사관과 최모 회장과 함께 골프를 쳤는지, 보수야당 성향 기관장들의 부정적 세평을 보고하는 일에 함께 관여했는지, 특감반원들로부터 민간인 동향을 보고받았는지, 김태우 수사관에게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의 자살에 관한 동향 파악을 지시했는지 등을 텔레그램 문자메시지와 일반 문자메시지를 통해 질의했다. 김 전 데스크는 응답을 해오지 않았다.

‘신동아’는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도 김태곤 전 특감반 데스크, 김태우 수사관, 최모 회장의 골프 회동 여부 등에 관해 질의했으나, 이 전 특감반장은 답을 해오지 않았다.

4부 : 청와대에 대한 반격

김 수사관은 자신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같은 여권 실세의 비리의혹에 대한 동향·첩보를 자주 보고하면서 청와대의 눈 밖에 났고 해임처분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를 받는 것과 관련해 그는 오히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기밀을 누설했다고 강조했다.

- 본인이 토사구팽됐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이용만 당하고.”

- 박형철 비서관이 무엇을 누설했다는 것인가?

“2018년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한 아파트 시행업자가 ‘검찰 간부 A씨에게 떡값을 주러 간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했다고 한다. 아파트 시행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시행업자들은 대개 관할 검찰과 잘 지내려한다. A씨는 박 비서관과 고교 동문이고 사법연수원 동기다. 2018년 6월 이 정보를 입수해 특감반장에게 텔레그램으로 보고했더니 이인걸 특감반장이 ‘오, 야야, 써봐’라고 했다. 그래서 한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특감반장에게 올렸다.”

“비서관님이 전화했대. 아니래. 신경 꺼”

- 특감반장은 그 보고서를 어떻게 처리했다는 것인가?

“특감반장이 꽤 성격이 급하다. 그걸 바로 박형철 비서관에게 들고 가더라.”

- 종이를 직접 갖고 갔나?

“그렇다. 특감반이 있는 창성동 별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청와대의 박 비서관 사무실로. 차로 2~3분이면 된다. 갔다 오더니 특감반장이 내게 ‘야, 비서관님이 정보 출처가 어디냐고 물으시더라’라고 했다. 내가 누군지 말을 해줄 수 없다고 하자 특감반장이 어느 쪽 기관이냐고 해서 경찰에게 들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자 특감반장이 다시 박 비서관에게 보고하고 돌아왔다. 특감반장이 ‘이거 언론에 샜을까?’라고 물었다. 나는 ‘경찰이 내게 줬으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줬을 것’이라고 답했다. 내가 검찰 간부에 관한 것이라 ‘첩보’라고는 차마 못 쓰고 보고서 제목에 ‘언론이 취재 중’이라고 쓰자 이렇게 물은 것이다. 그러자 특감반장이 ‘야, 비서관님이 (A씨에게) 직접 전화를 했대. 그런데 아니래. 하지 마. 하지 마. 신경 꺼’라고 말했다. 난 이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너무 많이 났다.”

- 왜 화가 났나?

“혐의를 받는 사람한테 전화해 알려주는 경우가 어디 있나? 직권남용, 공무상기밀누설은 이런 것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국가 기능이 훼손됐다. 판례를 보면, 가장 흔한 예가 수사 중인 사안을 피의자한테 흘리는 것이다. 혐의자가 돈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나? 이인걸 반장도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

검찰 간부에게 ‘떡값 수수 의혹’ 보고를 전화로 알려줬다는 부분에 대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김태우 수사관이 경찰 정보를 어디서 듣고 와서 한 이야기였을 뿐이다. 이인걸 특감반장이 풍문 수준으로 전하기에 지인인 해당자에게 전화해 등장인물을 아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이름도 모르고 일면식도 없다고 하기에 특감반장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여권 실세인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1000만 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수사관은 “대통령비서실장, 러시아 대사로 거론되는 ‘대통령의 특수관계인’이어서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대상에 해당됐다. 1000만 원 수수 의혹에 대해 박근혜 정부 때 검찰수사가 진행된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인선 완료 후에 접수됐다는 청와대 측의 말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우윤근 당시 국회사무총장은 감찰 대상이 아니었고 박근혜 정부 때 문제없다고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수석은 국회 운영위에서 “감찰의 모든 정보를 비서실장님이나 대통령께 보고하지 않는다. 다만 우윤근 씨가 당시 대사 후보였기 때문에 인사 검증 라인으로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불륜 확인 뒤 좌천성 발령”

김 수사관은 청와대가 언론보도의 취재원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 등으로 공직자들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특감반원일 때 하명을 받아 공직자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디지털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종종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직무감찰 범위를 넘어선 무차별 열람, 사생활 들추기, 망신 주기, 조사가 뒤따랐다고 한다. 그는 “부처에 대해 자주 감찰을 벌였다. 한번은 특감반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한 부처 공직자 여러 명의 휴대전화를 왕창 들고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 해당 부처 직원들은 휴대전화 제출에 동의했을 텐데.

“그게 진정한 동의였겠는가? 특감반 위에선 내게 휴대전화를 분석해 보고서를 쓰라고 지시했다.”

- 휴대전화의 어느 부분까지 보나?

“모든 것을 다 본다. 내연녀가 있는지 여부까지 본다.”

- 어떻게 확인하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라든지. 한번은 공직자의 내연녀가 사는 아파트의 동, 호수까지 확인됐다. 위에서 ‘태우야, 네가 소환조사해라’고 하더라.”

- 그래서 어떻게 했나?

“해당 공직자를 불러서 불륜 사실을 자백받았다. 얼마 뒤 그는 좌천성 발령이 났다. 원래 감찰하려 한 직무와 무관하게 이렇게 휴대전화를 탈탈 털어 조사하는 것은 불법감찰로 볼 소지가 있다. 나도 특감반 사태 이후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똑같이 당했다.”

“아파트 동, 호수까지 확인”

- ‘공무원이니 그 정도의 사생활 침해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다.

“정보 유출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하니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 제 휴대전화를 조사하라고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은 부분까지 죄다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건 불법감찰이고 이를 통해 얻은 자료는 법원에서 증거효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휴대전화엔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민정수석실이 거의 반강제로 쓰게 하는 동의서 하나만 갖고 영장도 없이 이걸 다 보는 것은 문제다.”

- 민정수석실이 휴대전화 내용을 샅샅이 보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강제 수사할 때도 검경이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다. 법원은 그중 본래 수사 목적이 아닌 부분, 사생활침해 부분을 두 줄로 긋는 방법으로 일부 기각한다. 그런데 수사기관도 아닌 민정수석실이 동의서를 위압적으로 받아서 휴대전화 포렌식을 할 때는 영장에 의한 견제도 없이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보는 것이다. 조국 수석은 이것을 과연 학자적 양심으로 받아들이고 지시·승인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러한 민정수석실의 공직자 휴대전화 포렌식 감찰에 대해 조국 수석은 국회 운영위에서 “포렌식을 한 과정에 저희가 어느 정도 더 정밀하게 할 것이고 또 대상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문제를 앞으로 더 챙기겠다. 그러나 지금 저희가 했던 과정이 불법이라고 말씀하시면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제출한 모든 자필서명이 있다. 하나하나를 다 못 드리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 다 동의한다는 세세한 동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대질증언하겠다”


- 이인걸 특감반장이 김 수사관의 텔레그램 내용을 지우도록 했나?

“청와대 감찰이 시작된 후 특감반장이 ‘살아 돌아오라’고 하면서 ‘휴대전화 갖고 와봐’라고 하더라. 건네주니까 텔레그램의 그와 나의 1대 1 대화방을 띄우더라. 이어 내게 ‘이 방에서 나가기를 하라’고 했다. 어떻게 안 하겠나.”

-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수사관과 최모 회장 간 통화 내용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와 최 회장 중 한 명이라도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법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청와대가 그 의원에게 흘린 것이라고 본다. 청와대가 내 휴대전화 포렌식을 했으니까.”

김 수사관은 “대통령이 청와대의 개입을 부인하면서 모든 책임을 내게 지우는 것 같다. 대검의 징계 결정 하루 전에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조국 민정수석 등이 출석해 답변한) 국회 운영위가 끝이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측이 자신을 “미꾸라지”라고 한 것에 대해선 “개의치 않겠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확신범’이라는 법률용어가 있다. 청와대는 자기최면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죄를 짓고도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확신범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여권 실세 비리 의혹에 대해 “진상을 밝히기 위해선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증에 책임을 지는 청문회에 출석해 특감반에 관련된 인사들과 대질증언을 할 용의가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보자”고 했다.

■ 해임과 검찰수사

“기밀누설 아닌 비리누설 내부고발자 탄압”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대검은 1월 11일 김 수사관에 대해 감찰내용을 언론에 제보해 공무상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 지인인 최모 회장의 비리 수사에 개입하려 한 혐의, 최 회장을 비롯한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12회에 걸쳐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 등으로 해임을 결정했다. 수원지검은 김 수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청와대의 민간 사찰 의혹 등을 고발한 것은 비리누설이지 기밀누설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밝혔다.

- 경찰에 가서 최 회장 비리 혐의 관련 수사 내용을 알아본 적이 있나?

“그런 사실이 없다.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2018년 11월 2일 내가 과거에 이첩한 첩보가 경찰에서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특감반 데스크의 허락을 얻어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리반을 찾았다. 승진 심사에 낼 실적을 확보하는 차원이었다. 관리반장이 자필로 3건의 실적을 종이에 적어줬다. 그렇게 하고 나오는데 특감반장이 화를 내며 내게 전화를 해왔다. 그 실적 중 하나가 최 회장의 제보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마침 이날 최 회장이 본인 비리혐의로 특수수사과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나는 최 회장이 조사를 받는 사실을 모르고 방문한 것인데 최 회장을 도와주려고 간 것으로 오해를 산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경찰출신 특감반원이 경찰청 특수수사과에다 ‘김태우 특감반원이 점검을 나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점검이라는 부적절한 말 때문에 내가 수사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받은 것이다.”

골프 접대 논란과 관련해 김 수사관은 “대부분의 골프 비용 중 내 몫을 현금으로 줬다. 이것은 사실이니, 결제한 사람도 그리 진술했을 것이다. 두세 번 정도는 미처 내지 못했는데 저의 폭로가 지속되자 괘씸죄로 의혹 내용 전체가 혐의금액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 측 설명

“김 수사관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 벌어지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 기자회견에서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문제는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여권 실세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조 수석은 특정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환경부 문건에 있는 내용 중 불이익 처분의 근거로 사용된 것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 의혹에 대해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위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린 데 있다”고 요약했다. 또한 “단언컨대”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신동아’는 이 기사에 언급된 김태우 수사관의 구체적 주장들에 대한 청와대 측 입장을 청취하고자 조국 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각각 10개 안팎의 질의를 텔레그램 문자메시지와 일반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 수행”

이에 대해 박 비서관은 전화를 걸어와 “2018년 12월 19일 브리핑과 이후 언론 대응을 참조하라”고 답했다. 그는 더 이상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박 비서관이 요청한 방식으로, 이 기사에서 청와대 측 설명을 정리했다. 다만, 박 비서관의 설명 중 일부는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에 바로 이어서 소개했다.

박 비서관은 “내게 보고된 문건도 있지만 특감반장이나 데스크 차원에서 폐기된 문건도 있고 혼자 정리해놓은 수준의 문건도 있다. 김태우 수사관의 해당 문건이 모두 보고됐다고 전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특감반원은 어떤 지시를 받고 첩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제를 정해 자신의 역량으로 첩보를 수집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지시 없이 자신이 생산한 문건”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관련 보고에 대해선 “특감반장까지 보고된 문건”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특감반장이 ‘앞으로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했다. 해당 보고는 폐기됐다. 이후 김태우 직원은 1년 동안 이렇게 문제 되는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보 성향 교수 관련 보고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주장”

고건 전 총리 아들의 비트코인 관련 동향의 경우 “반부패비서관실에서 비트코인 업계의 과열현상에 대해 정책보고를 했을 때 그 일환으로 보고됐다. 행정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정책 정보를 생산하는 로 데이터(raw data)를 수집한 것”이라고 했다.

박 비서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국 수석은 ‘신동아’ 공식 질의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수사관이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한 조 수석과 청와대 측의 의견을 충분히 전하는 차원에서 조 수석의 국회 답변과 청와대 브리핑 자료를 이 기사의 여러 곳에 상세히 소개했다. 이인걸 전 반장은 신동아 질의를 담은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읽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질의에 대해 응답을 해오지 않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정조사를 하던 뭘 하던 달라진 건 없다. 자유한국당은 검찰 수사, 특검, 국정조사 등 마구잡이 다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문재인정부의 발목잡기, 정치공세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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