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 교수 “웬만하면 마스크 벗어라…마스크가 몸에 더 해롭다”

  • 신동아
  • 입력 2019년 3월 21일 10시 05분


[신동아 인터뷰]
● 미세먼지 비상대책 의미 없다
● 대통령까지 잘못된 정보에 포획
● 미세먼지 예보 모델 부정확
● 미국보다 과도하게 높은 미세먼지 기준
●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정지궤도 환경위성 ‘뻘짓’
● 보여주기식 대책, 공포 조장… 정부 제정신인가


장재연 아주대 교수는 30년 넘게 미세먼지 연구를 해온 전문가다. [지호영 기자]
장재연 아주대 교수는 30년 넘게 미세먼지 연구를 해온 전문가다. [지호영 기자]

우려스러울 만큼 ‘공포 과잉’ 상황이다. 무엇보다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이 퍼져 있다. 게다가 생존 차원에서 저마다 반쯤은 전문가가 됐다. PM(particulate matter)2.5가 초미세먼지라는 것쯤은 기본이고,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마스크의 종류나 공기청정기 등급 같은 것도 필수 지식이 됐다. 그럼에도 미세먼지가 적은 청정 국가로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현 상황을 제대로만 인식한다면 아직은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고, 결코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62·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우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맹신, 과장된 중국 탓하기, 정부의 비상식적 행정, 공포 마케팅 등 오도된 정보에 갇힌 우리 자신을 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현상이 정말 암담합니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시민부터 대통령까지 모두 한꺼번에 잘못된 정보에 포획됐습니다. 요즘 미세먼지를 두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과거 수돗물 불소화 문제, 백신 반대운동이 벌어졌을 때가 떠오릅니다. 당시엔 일부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잘못된 정보가 전해졌지만, 지금은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가짜 정보가 무제한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언론까지 휩쓸리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미세먼지 비상대책 질타

장 교수는 1988년 미세먼지에 발암물질이 48가지나 들어 있음을 밝혀낸 이후 수십 년간 관련 연구를 해온 미세먼지 전문가이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맡고 있는 실천적 지성이다. 요즘 미세먼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한 ‘장재연의 미세먼지 이야기’ 블로그가 화제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무릎을 치는 순간이 적지 않다.

특히 터무니없이 엄격한 미세먼지 기준을 세워놓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정부의 이상한 행정을 지적하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 실시하는 비상대책이 얼마나 무의미한지에 대한 비판 글을 읽으면 속이 다 시원하다.

-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천식이나 우울증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면서 건강을 우려하는 이가 많아졌는데요. 특히 유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요.

“미세먼지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문제는 미세먼지에 대해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수돗물 오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수돗물을 깨끗하게 하는 본질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자 생수나 정수기 구입에 매달렸는데요. 그 결과 에너지 낭비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페트병 쓰레기가 나오고, 그것이 다시 미세플라스틱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미세먼지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이 유포돼 있을 때 그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큰 문제입니다.”

- 정부의 대책이 근본 원인을 없애는 방향이 아닙니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중국과 인공강우 실험을 올해 안에 하겠다고 했고, 옥상 공기정화설비(야외용 공기정화기 등)도 시범 설치하겠다고 했는데요.

“환경을 잘 아는 장관이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배출원에서 미세먼지 요인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 아닙니까. 미세먼지가 확산되고 나면 제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돈도 더 많이 들고요. 환경부 장관은 배출원을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내에서의 공기청정기 효과도 제한적인데 야외 공기정화기나 효과도 없는 인공강우에 돈을 쓰겠다고 하니 정말 제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모두 여론에 떠밀려서 정부가 뭐라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쇼’가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이런 일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본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하다 보니 점점 나빠지는 쪽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겁니다.”

차량2부제보다 대중교통 개선 중요

- 차량2부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쾌적한 대중교통 정책을 마련하는 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2부제는 당장 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닌지요.

“차량2부제는 오염이 심하기 전에 하면 효과가 있겠지요. 노후 석탄발전소를 3개월간 가동을 중단하는 것도 그런 일환이죠. 그 기간에는 단기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차량2부제를 2주간 하는 것도 엄청 무리가 따릅니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는 ‘지옥철’을 타고 다녀야 합니다. 단기간이라도 차량2부제를 하게 되면 지옥철보다 더 심해지겠지요. 상시적으로 차량2부제를 하면 또 돈 있는 분들은 차번호가 짝수 홀수인 차 두 대를 사서 이용하는 사례가 멕시코에서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어요. 차라리 5%씩이라도 쾌적한 대중교통을 더 늘리는 것이 올바른 정책입니다. 차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서 해마다 1㎍/㎥씩이라도 줄이면 10년이면 10㎍/㎥를 줄이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해서 우리의 환경기준 목표를 달성하는 겁니다.”

- 요즘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얼마나 날아오는지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중국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 측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는지요.

“이런 때일수록 정확한 정보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자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합니다.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냐, 혹은 그 영향을 어쩔 수 없는 것이냐 하는 부분이 중요하지요.”

-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30~50%는 중국 탓이고, 오염이 심할 때는 중국의 영향이 60~80%에 이른다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는지요.

“우리 정부가 5년 반 전에 이미 중국 산둥성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으니 마스크를 쓰라는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과학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연구를 더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5년 전에는 무슨 근거로 보도자료를 낸 것인가요. 그동안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고, 슈퍼컴퓨터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영향을 확신할 수 없다면 추정된다거나,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얘기했어야 하는데 단정적으로 애기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영향 정도를 따지는 것은 과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학자들이 연구하고 논의해서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도록 기다렸어야 합니다.”

연평균 중국 영향 밝히는 게 중요

- 미세먼지의 성분 추적 수용모델 연구 결과 ‘국외 영향이 27%’라는 것이 최근 보도됐는데요. 이 연구는 신뢰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요.

“연구 저자가 논문에 중국의 영향이라고 단정적 표현을 한 것은 아니고, 언론 인터뷰에서 합쳐보면 27%라고 주장했습니다. 감정적 선입견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로 논의할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연구라서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합니다. 중국 영향이 27%라고 하면 중국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연중 몇 %의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우리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립환경과학원은 오늘, 내일, 혹은 단기간 몇 %의 중국 영향을 얘기합니다. 이것이 너무 황당합니다. 최소한 1년간은 추이를 봐야 합니다. 중국만이 아니라 국가의 오염물질은 연 단위로 파악할 수밖에 없어요. 미세먼지 양도 결국은 석탄을 얼마나 썼으니 얼마가 배출될 것이라는 추정치로 파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람의 영향이 있다면 하루하루의 변화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연간 바람의 영향을 따져야 합니다.

1년만 보는 게 아니라 몇 년치를 봐야 신뢰도가 높은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길게 볼수록 정확해지는 거지요. 하루 일주일 단위로 얘기하면 어폐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오늘 중국의 영향이 어떻다고 발표합니다. 그 용감함을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연평균 영향을 입증하면 중국이 365일 우리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는 셈이다. 장 교수는 “돈으로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해도 그만큼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물어서 중국의 오염물질 저감 산업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고, 새로운 환경기술 산업 시장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도된 정보들
초미세먼지 위성사진으로 언론에 잘못 소개돼온 어스널스쿨 홈페이지의 3월 13일자 사진. 디자인 전문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세계지도에 그래픽이 가미되는데 실제 위성사진과는 거리가 있다. [어스널스쿨 홈페이지 캡쳐]
초미세먼지 위성사진으로 언론에 잘못 소개돼온 어스널스쿨 홈페이지의 3월 13일자 사진. 디자인 전문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세계지도에 그래픽이 가미되는데 실제 위성사진과는 거리가 있다. [어스널스쿨 홈페이지 캡쳐]

- 서풍이 불어서 중국 대륙의 미세먼지가 한반도까지 온다는 것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지요? 각 언론에서도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오는 것을 보도하고 있는데요.

“어스널스쿨이라는 앱 개발자가 만든 미세먼지 그래픽 지도를 보면 중국에서 한반도를 향해 한 방향으로 서풍이 부는 것으로 나와요. 바람이 1000km를 한 방향으로 분다는 건 가능하지 않은 난센스입니다. 기상청에서 서풍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서풍 계열의 바람이 우세하다는 뜻입니다. 태풍도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게 아닙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게 바람입니다. 더욱이 중국과 한국의 국경이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중간에 서해(西海)가 있습니다. 서해상에 양쪽 육지에서 나온 미세먼지가 섞여 있을 수 있거든요. 또 서해 자체에서도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합니다. 서해는 얕고 모래 성분이 많아서 그런지 동해보다 안개와 미립자가 더 많이 생성됩니다.

제가 3월 초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제1야당 최고위원이 어스널스쿨 그래픽 사진을 인공위성 사진으로 잘못 알고 중국대사관에 항의 서한과 함께 보냈으니 망신스럽다는 내용입니다. 기초 정보도 부정확한 그래픽을 사실인 양 인용하는 언론사들도 있었습니다. 한 언론은 NASA 인공위성 사진(2014년 2월 21~25일)을 인용하면서 중국 오염물질의 한반도 유입 증거를 찾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제가 확인해보니 사진 속에 흐리게 보이는 부분이 구름인지, 황사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고도 역시 지상인지 아주 높은 곳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절대적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증가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서해의 경우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원 가운데 몇%를 차지하는지요.

“아직 연구가 돼 있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연구해야지요. 유럽에는 지중해 발틱해 등 바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가 이미 진행돼 있습니다. 바다의 영향도 국가 (미세먼지) 발생량의 한 부분으로 들어갑니다.”

중국은 줄이는데 우리는 늘고 있어

- 우리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네요.

“나라와 나라 간의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 어려운 연구 결과를 축적해서 사실을 도출하고 정책으로 반영하는 게 우리 정부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난 5년간 그 반대로 해왔어요. 거대 오염원을 중국이라고 미리 단정하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에 들어가고, 우리 것을 줄이는 일에는 소홀히 하고 있으니 국민이 중국을 무조건 비난하는 풍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 중국에서 5년간 미세먼지 40%를 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줄지 않고 있으니 한국 내부에서 미세먼지가 잡히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3월 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 등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월 기준으로 108㎍/㎥를 기록해 전년 대비 40% 상승했다고 합니다. 중국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닌지요.

“대기오염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상입니다. 당연히 오염물질도 영향을 많이 미치지만, 오염도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상이 변하면 오염도가 5~10배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공기 이동에는 수평이동도 있지만 상하이동도 있습니다. 공기가 섞이는 높이를 혼합고라고 하는데, 이것이 기온역전(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 보통은 그 반대임) 현상에 따라 1km 높이에서 100m까지 혼합고가 떨어지면 용적이 줄어들어 오염도가 10배로 높아질 수 있는 것이지요.

올해 2월 기상을 보면 우리나라의 공기 순환이 적었던 것이 미세먼지 오염도를 높인 한 원인이 됐습니다. 중국도 우리와 인접해 있으니 기상 영향을 우리와 비슷하게 받는다고 본다면 중국의 2월 오염도 상승의 원인 가운데 기상 변화가 있을 수 있어요. 2012년에 한중일 3국의 대기오염도가 모두 낮았고, 2013년에는 다 같이 높았던 적이 있습니다. 2월 한 달 오염도가 높아진 것이 팩트라면, 중국이 노력해서 5년간 40%를 낮춘 것도 팩트입니다. 문제는 5년간 중국이 40%를 줄였는데, 우리는 왜 줄이지 못했느냐입니다. 중국이 큰소리치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베이징을 방문해 미세먼지 외교를 펼쳤다. 당시 베이징(89㎍/㎥)은 서울(25㎍/㎥)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 배나 높았다. 왕안순 베이징 시장은 “팔을 잘라내는 용기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고, 석탄 사용 규제, 자동차 총량 규제 등을 통해 5년 만에 58㎍/㎥로 낮췄다. 하지만 서울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집착이 낳은 왜곡
서울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3월 5일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초미세먼지 경보는 PM2.5 150㎍/㎥ 이상이 2시간 넘게 지속될 때 발령된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서울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3월 5일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초미세먼지 경보는 PM2.5 150㎍/㎥ 이상이 2시간 넘게 지속될 때 발령된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현재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9년 발사를 목표로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환경위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상 약 3만6000km 상공에서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오존 등을 관찰하기 위한 용도다. 이 위성에서 찍은 파장별 사진 1000여 장을 분석해 대기오염물질의 농도와 성분을 역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관련 예산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가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고 있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에서 그 효용성을 높이 여기지 않는 ‘무식한’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국 상공에 띄워놓고 연속사진을 찍어서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한반도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어느 정도 상공에서 확인된 미세먼지냐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도대체 그것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 정도 예산으로 인공위성을 띄운다면 차라리 전 지구를 감시해서 수많은 정보를 얻어내는 게 국익에 더 도움 되는 것 아닙니까. 요즘 말로 ‘뻘짓’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이 프로젝트 역시 중국으로 인한 피해에 집착하다 보니 과학과 기술도 왜곡되는 사례라며 안타까워했다.

-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측정과 예보는 정확한가요.

“현재시간 값은 측정소의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정확합니다. 우리나라만큼 실시간 정보를 자세히 제공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제가 1980년대에 정부가 갖고 있는 대기오염 관련 자료 공개를 촉구하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예측 모델은 정확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거든요. 미국은 자기 나라 모든 정보를 갖고 있어서 어느 정도 정확히 예측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세먼지 예측은 이렇게 합니다. 우리나라에 중국이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정확한 자료가 없음에도 중국 것까지 모델링에 집어넣고 있습니다. 거기다 중간에 서해라는 미세먼지의 ‘블랙박스’가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중국 요인을 배제하면 예측이 더 잘 맞을 겁니다. 단 대기오염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상 상황만 정확하게 반영하면 나머지는 좀 틀려도 어느 정도 예측을 맞힐 수 있습니다.”

마스크 사용 주의해야

- 유럽의 국가 간 미세먼지 대처 협력 사례를 소개해주십시오.

“미국이나 유럽은 국가 간 영향에 대한 조사를 상세하게 합니다. 우리는 항상 중국으로부터 얼마나 피해를 보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습니다. 하지만 동풍이 불 때도 있으니 우리도 중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한·중 두 나라만이 아니라 북한 일본 몽골 러시아가 모두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북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니까요.

국제기구나 학계에서는 환경오염물질의 국가 간 장거리 이동에 관한 공동연구와 협력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서로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서 책임을 상대 국가에 추궁하고 소송 등의 방법으로 보상을 요구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국을 비난하는 근거로 사용하라는 것도 아니지요. 중요한 것은 국가 간 환경문제는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인식과 합의입니다.”

- 마스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한 글도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국민은 정부가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못하니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마스크를 꼭 쓰라고 하면서 마스크를 과도하게 착용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는 정상적인 호흡을 방해해 몸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산불이 나고 엄청난 오염도가 있을 때는 독가스를 마시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 크다 보니 마스크 사용의 위험도는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미세먼지에 예민한 소수가 쓰는 게 아니고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이도 무서워서 마스크를 씁니다.”

- 마스크를 쓰면 어떤 해로움이 있는지요.

“우선 마스크를 쓰면 모든 사람이 숨쉬기가 불편하다고 합니다.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몸에 나쁘다는 거죠. 미국 흉부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호용 마스크가 1회 호흡량을 감소시켜 호흡 빈도를 높이고 폐포와 폐에서 환기를 감소시키고 심박출량 감소 등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일반적으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일부 예민한 분들 빼고는 학자들이 연구해서 알려줘야 그 내용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것만큼은 우리가 분명하게 알 수 있잖아요. 마스크 사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의학적 정보는 굉장히 많은데, 마스크를 써서 미세먼지의 건강 피해가 줄어들었다는 연구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서 나온 초보적 실험을 담은 딱 두세 편밖에 없습니다.”

뜨는 공포 마케팅

- 실제로 미세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일 때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요.

“거기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해서 수치로 얘기하기가 곤란합니다. 외국에선 싱가포르 정부가 유일하게 미세먼지 농도와 마스크를 연결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24시간 평균 PM2.5 농도가 250㎍/㎥일 때 마스크 착용을 권유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 오염 상황은 거의 없습니다. 평균 150㎍/㎥일 때 야외에서 장시간 일할 경우 쓸 수 있다고도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35㎍/㎥만 넘어도 ‘나쁨’ 단계라며 외출할 때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더 엄격한 환경기준이 오히려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미세먼지 기준과 그에 따른 시민 행동요령을 가장 먼저 개발해서 활용한 나라다. 미국은 PM2.5 농도가 56㎍/㎥ 이상이 ‘나쁨’이고, 151㎍/㎥ 이상이 ‘매우 나쁨’ 단계인데, 우리나라는 36㎍/㎥ 이상이 ‘나쁨’이고, 76㎍/㎥ 이상이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 웬만해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야 정상적인 거군요.

“남들이 마스크를 쓰니 자꾸 걱정하게 됩니다. 더욱이 정부와 언론이 아침마다 마스크 쓰라고 얘기하니 따르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학자들도 마스크 사용에 대한 주의점들을 제대로 알려야 하는데,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이 크고 올바른 얘기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비난이 두려워 제대로 얘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사이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제조회사는 국민의 공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생산 과정에서도 미세먼지가 배출됩니다. 공기청정기를 작동하려면 전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연소해야 합니다. 그 모든 과정에 추가로 미세먼지를 배출하게 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세요. 바깥공기에 미세먼지가 많다고 해서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에서 공기청정기를 돌리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올라가고 산소는 적어져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온갖 질환의 근원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집에 비싼 공기청정기 하나 사두지 않으면 무책임한 부모가 되는 듯한 인식도 퍼졌습니다. 이건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지요.”

뉴욕·런던 대기오염의 교훈

- 과거에 뉴욕, 런던 등도 심각한 대기오염을 겪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깨끗한 도시가 됐는데요. 그런 개선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요.

“그 도시들은 무엇보다 연료와 관련된 정책을 바꿨습니다. 1952년 겨울 런던 스모그사건 때 만성폐질환과 호흡기질환으로 1만2000명이 죽었습니다. 당시 시민들이 사용하던 주 연료가 석탄이었는데, 지금은 가스와 전기로 바꿨습니다. 배출 억제시설을 갖추고 소각량을 줄였습니다. 무엇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고효율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도 난방 에너지원으로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다가 가스로 바꿔서 미세먼지가 현재 수준 정도로 떨어진 겁니다. 런던 뉴욕 등은 대기 질을 바꾸기 위해 자동차 등 세세한 부분까지 배출가스를 규제했습니다.

우리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렇게 화석연료를 많이 쓰고, 이렇게 자동차를 많이 타고 다니면서 이 정도 공기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사실 1980년대는 미세먼지가 계속 나쁘다가 여름철에 잠시 좋아졌어요. 지금은 그래도 겨울철에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있잖아요. 지금보다 더 좋아지길 바란다면 뉴욕이나 런던처럼 더 세밀한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선박이나 트럭, 이륜차 등에 대한 규제도 해야 합니다. 중국 탓만 하면서 우리는 줄이지 않으니까 미세먼지가 역습을 하는 겁니다. 미세먼지는 정직합니다.”

-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같은 배출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 미세먼지의 위험도를 강조하는 이유도 사실은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세계적인 문제인데, 이것이 정치화되니 각국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누구나 예민하게 보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720만 명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임을 누구나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기후변화, 에너지, 미세먼지 문제가 동일 원인이므로 그 중요성을 부각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여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곧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니 경제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또 석탄이나 석유를 채굴할 때 생기는 환경문제도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여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환경적 효과가 엄청납니다.”

저에너지 고효율 사회 만들어야

- 정부뿐 아니라 개인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것은 화석연료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됩니다.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정부에서 규제해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고 있지만, 영세업체의 기업 활동, 개인 생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대책이 소홀합니다. 국민이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도록 정부가 기반을 마련해야 하겠고요. 개인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서 미세먼지 줄이는 일에 동참해야 합니다. 남의 나라 탓만 하고 있어선 안 돼요. 나와 내 가족만 지키기 위해 마스크 쓰고, 공기청정기 돌리면 그것이 다시 주변에 미세먼지를 늘리는 일임을 인식해야 해요.”

-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요.

“미세먼지 탓에 모든 국민이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아이들 세대에게 좀 더 깨끗한 환경을 물려줘야 하는데 저도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돼 있습니다. 그러니 저에너지 고효율 사회를 만들고, 아이들에게도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교육하면 우리 사회도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4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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