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대교 중간 부분 아래에 있는 바위섬, 인천 중구 수하암을 떠났던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1년 만에 귀환해 살고 있다. 200마리 넘게 무리지어 찾아와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던 예년 모습이 수하암에서 최근 2개월 가까이 관찰되고 있다(사진). 2013년부터 수하암 주변에서 330만 m² 규모의 준설토 투기장 조성 공사가 이어지자 지난해 5월 저어새는 평년과 달리 번식을 하지 않고 자취를 감췄다.
최근 남동공단 유수지에서 서식하던 저어새 새끼 100여 마리가 너구리 떼에 몰살되기도 했다. 환경부 문화재청 인천시 인천해양수산청과 영종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수하암 저어새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하암으로 이어지는 투기장 입구에 사람과 천적의 출입을 차단하는 철책을 치고 조류박사와 환경운동가들이 보호와 관찰 활동을 펼쳤다. 또 수하암 주변에서 하던 해양경찰 구난구조 연습도 중단했다. 수하암 인근 3개 지점에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24시간 촬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지난달 초 저어새 10여 마리가 수하암에 나타나더니 이후 200마리 가까이가 돌아와 부화된 새끼들을 키우고 있다. 조류박사들은 최근 환경부 허가를 받아 밀물 때 보트를 타고 수하암에 올라 새끼 저어새 5마리의 발목에 탐조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센서를 달아주고 성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저어새 새끼는 약 50마리.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57)는 “몸무게가 정상보다 약간 미달된 새끼들이 있어 영양실조가 우려된다”며 “주변에 논이 사라지면서 미꾸라지 같은 먹잇감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저어새는 수하암에서 10, 11월까지 살다 일본이나 대만 같은 남쪽으로 날아가 겨울을 난 뒤 내년 봄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시는 최근 수하암과 남동공단 유수지, 강화도 등에서 서식하는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 보호를 위한 관계기관합동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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