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정우성(47)은 각종 영화 및 드라마, 광고에 출연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배우’ 정우성은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런 그에게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는 2004년 ‘명예사절’ 자리를 제안했다.
당황스러웠다. ‘왜 하필 나한테?’ 그러나 정우성은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정우성은 난민과 연결됐다. 2015년 6월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지금은 전세계에서 25명이 활동 중이지만, 당시에는 11명에 불과했다. 난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자리였다.
그렇게 정우성은 지난 5년간 네팔, 남수단, 레바논, 방글라데시 등을 돌며 난민들이 처한 현실을 보고, 듣고, 느꼈다. 전세계에 있는 약 7000만명의 난민을 모두 만나보진 않았지만, 난민들의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만남이었다.
남들보다 난민들의 옆에 가깝게 서게 된 정우성. 그는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일어났을 때에도 난민들과 함께였다. 당시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할지 말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었다. 지위 부여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는 7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예멘인들은 조국에서도, 타국에서도 버려졌다. 정우성은 끝까지 그들을 옹호했다. 난민들에게 희망의 존재인 정우성은 그렇게 일부 우리나라 국민들에겐 비난의 대상으로 변해갔다.
정우성은 자신에게 향하는 비난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사람들의 난민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왜,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나오고 있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난민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잘못된 시스템 등에서부터 시작된 문제라는 판단을 내렸다.
정우성은 난민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해를 강요할 생각이 없다. 그저 그가 바라보고 듣고 느꼈던 난민들의 현실과 이야기를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에는 그런 정우성의 담백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서울 사당동 달동네에 살던 중학생 정우성이 ‘경관 정화사업’을 이유로 무력하게 다른 동네로 떠나야 했던 경험부터 고통스럽지만 늘 웃음을 짓고 사는 난민들의 모습을 본 경험까지. 정우성은 본 그대로를,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러면서 난민의 개념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해를 설명한다. 그렇게 우리가 갖고 있는 난민에 대한 편견을 지울 수 있게 돕는다.
이 책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의 입장에서 쓴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난민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 잠깐 틈을 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그 이후 난민에 대한 판단을 내려도 늦지 않을 듯하다. 이 책의 인세는 전액 유엔난민기구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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