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관리 명가’ KT라서…강백호의 완쾌 후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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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29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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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KT 위즈는 올 시즌 부상 걱정이 타 팀보다 덜했다.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강백호가 불의의 부상을 당하기 전까진 그랬다. 하지만 시스템을 갖춘 KT는 여전히 관리형 부상에서 자유로운 팀이다. 이 시스템은 강백호의 완쾌 후를 기대케 만든다.

● 사고형과 관리형, 피할 수 있는 건 피해야

트레이닝 전문가들은 부상을 ‘사고형’과 ‘관리형’,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전자는 경기 중 몸에 맞는 공, 펜스에 부딪혀 다치는 것이며 후자는 햄스트링이나 근육통부터 팔꿈치나 어깨 인대 손상 등이 있다.

KT 야수들 가운데 부상으로 1군 말소된 사례는 모두 사고형 부상이 원인이었다. 투수의 공에 맞아 손톱이 깨졌던 포수 장성우, 사구에 맞아 척골이 골절된 외야수 배정대, 사직구장의 낙후된 시설로 손바닥이 찢어진 강백호가 그 예다. 타 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햄스트링 부상은 올 시즌 KT에 없다. 대부분 팀들이 베테랑들의 햄스트링 통증으로 적게는 한두 차례씩 신음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경수, 유한준, 황재균 등 베테랑 타자들이 꾸준히 출장하는 것만으로도 KT에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를 비롯한 트레이너들과 이강철 감독 이하 코치진의 긴밀한 호흡이 낳은 결과다. ‘캡틴’ 유한준은 “트레이닝 파트가 비시즌부터 개인별 운동 매뉴얼을 제공했다. 그때 고생해준 트레이너들 덕에 부상이 줄었다”며 “여기에 스프링캠프와 정규시즌 들어서도 스케줄을 유지하고 있다. 선수에 맞춰주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박경수도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자율’은 진짜 자율이 아니었다. 젊은 선수들은 눈치껏 운동량을 유지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 팀은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 파트에서 선수의 상황을 파악하고 경기 운영에 반영해준다”고 강조했다. 28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도 KT 선수단은 자율 훈련을 소화했다. 2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마치고 새벽 3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타격 한두 번 더 하는 것보다 쉬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KT는 28일 경기에서 선발 전원 안타에 힘입어 9-1로 승리했다. 트레이닝 파트에 대한 벤치의 신뢰가 없다면 나오기 힘든 결과다.

KT 박승민 투수코치. 스포츠동아DB
KT 박승민 투수코치. 스포츠동아DB

● 매뉴얼 속에서 적극적인 변화

이러한 관리는 사실 투수 파트에서 더욱 민감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박승민 투수코치는 “우리가 특별한 노하우를 가진 건 아니다. 사실 관리를 한다고 부상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다”라고 손사래쳤다.

‘팬그래프닷컴’과 ‘하드볼타임스’의 애널리스트 존 뢰겔레는 역대 미국 야구의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수술·TSJ) 리스트를 정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신시내티 레즈는 24명, 뉴욕 메츠는 23명, 텍사스 레인저스와 뉴욕 양키스는 21명(마이너리거 포함)의 선수가 TSJ 수술대에 올랐다. 세심한 관리로 정평이 난 양키스와 메츠도 투수의 부상을 피하지는 못했다.

박 코치는 “관리가 부상을 무조건 막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위험성을 줄일 수는 있다. 이건 10개 구단 모두가 알고 있다. 이를 알고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눈앞의 승리를 위해 리스크를 안고도 선수를 기용하는 팀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령 ‘30개를 던진 구원투수는 이튿날 쉰다’는 방침을 정해뒀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31개를 던진 투수는 쉬고, 29구를 던진 투수는 이튿날 등판하는 게 정답일까? 명확한 매뉴얼 아래에서 선수, 트레이닝파트, 감독과 코치진의 호흡이 중요하다. 선수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렵다. 매뉴얼을 고집하기보다는 꾸준한 연구로 변화를 해야 한다.” 박 코치의 이야기다.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 “한 경기보다 중요한 건 선수”

이강철 감독은 평소 “1이닝, 한 타석, 한 경기보다 선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손바닥 부상을 입은 강백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는 KT는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배트 노브(손잡이 부분)를 쥐고 타격하는 유형이라 더욱 그렇다. 손바닥에 조금의 통증이라도 남아 있으면 올릴 수 없다. 20년은 더 야구를 해야 할 선수다. 내 조급함에 부를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레이닝 파트는 강백호가 팀의 간판타자라서가 아니라, KT의 일원이기 때문에 늘 그렇듯 세심한 관리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구단은 강백호의 복귀까지 6~8주가량 예상한다. 실제 복귀는 이보다 빨라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온 강백호는 통증을 말끔히 지운 채 100% 컨디션일 것이다. 완벽히 돌아와 다시 리그를 휩쓸 강백호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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