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회동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30년간 동일한 대화패턴이 계속돼 왔다”며 “현 단계에서는 북한에 비핵화 의사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2일 일본 매체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협상 과정에서 주장하는 것은 보유 핵무기와 핵시설 일부를 내놓고 그 대가로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는 ‘단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라고 강조하며 “핵위협을 조금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성격은 핵보유국끼리의 핵 군축 협상”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은 이런 협상을 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체제의 향후 변화 가능성에 대해 “지금 상태가 10년 이상 이어지고, 그로부터 10년 정도 사이에 북한 내부 요인으로 큰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결정적 포인트는 시장화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확대 등을 김 위원장과 조선노동당 지도부가 허용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렸다. 북한 지도부가 변화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권이 붕괴될 때까지 저항할 것이고, 받아들인다면 김정은 정권은 스스로 변화하는 길을 택하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매일 보면 북한이 변화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며 “지금도 매일 노동신문을 읽고 있지만 아직은 어떤 변화도 느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태영호 전 공사는 전날 채널A 뉴스TOP 10과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판문점 회동에 대해 “북한의 지위만 높여준 꼴”이라며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시계가 돌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핵과 공존하는 평화의 시기가 가동한 것 같아 우려된다”라며 “공산국가는 누가 먼저 굽히고 들어오느냐가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과감하게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마치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셈이 됐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이용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미국이 중국의 핵보유국을 인정하며 ‘백기 투항’한 것으로 선전해왔다. 이번 판문점 회동 후에 노동신문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 넘어 북한 영토를 밟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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