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이 25일 나온다. 국내 통신사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국내외 인터넷 기업들은 법원의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통신사와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의 ‘망 사용료 논란’에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 방통위·통신사 “페이스북, 사용자 볼모 갑질”
2016년 하반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을 시작한 페이스북은 협상이 여의치 않자 두 통신사 가입자의 접속 경로를 미국 홍콩 등으로 우회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때문에 가입자들은 접속 장애를 겪었고, 두 통신사가 원성을 들어야 했다. 페이스북이 막대한 사용자 수를 등에 업고 ‘실력행사’를 한 셈이다.
방통위는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친 페이스북의 접속우회 조치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한 이용자 이익 제한’으로 보고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 협상을 하며 사실상 사용자를 ‘볼모’로 삼았던 것”이라며 “과징금 부과는 적법하다”고 말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자체적인 망 효율화 작업의 일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시 페이스북의 태도는 ‘페이스북으로 인해 트래픽이 늘어 통신사의 망 구축, 유지비용이 높아져도 사용료를 추가로 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에야 통신 망 사용료에 합의했다.
이번 소송은 과징금 규모는 작지만 통신망의 관리책임을 통신사가 아닌 인터넷 기업에도 부과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인터넷 기업들과 통신사 간의 ‘힘 겨루기’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법적인 근거가 부족해 국내 통신사들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의 협상에서 상당히 불리했다”며 “이번에 방통위가 승소하면 통신사들이 망 이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가의 정보기술(IT) 당국 역시 참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국내 인터넷 기업은 “우리가 약자”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 간의 역학관계는 국내에서는 사뭇 다르다. 협상력이 우위에 있는 통신사가 지나치게 비싼 망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터넷 기업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갈등이 분출된 건 2016년 무정산 방식에서 상호정산 방식으로 개정된 통신사 간 ‘상호접속고시’ 때문이다. 기존에는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며 KT 망을 이용해도 두 통신사 간에 별도의 비용 정산이 없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발신 통신사 쪽에서 일정한 사용료를 내도록 고시가 개정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이 비용을 통신사가 인터넷 기업에 전가해 망 사용료가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신업계는 “국내외 인터넷 기업 모두 망 비용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의 소송은 특히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주장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는 망 사용료를 징수하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에만 막대한 사용료를 받고 있다”는 ‘역차별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통위는 올해 말까지 양쪽 의견을 들어 ‘공정한 망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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