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2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서구 치평동 K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 직후 클럽 측이 음악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왔다.
이날 오전 2시 29분경 무너진 복층 구조물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던 A 씨(35)는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나 “음악소리가 커 클럽에 몰린 손님 370여 명 중 상당수가 사고 사실을 곧장 인지하지 못했다. 크고 둔탁한 소리가 나기에 나도 ‘팡파르’를 터트린 줄로만 알았다”고 전했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고서야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이 여러 명 보였다는 얘기다.
A 씨에 따르면 구조물이 2.5m 높이에서 무너진 충격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도 클럽 측은 음악을 약 30초간 중단하지 않았다. A 씨는 “음악이 꺼진 후에도 대피 방송이 들린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부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멀쩡했던 다른 손님들이 쓰러져있던 부상자를 들쳐 업어 입구로 날랐다고 A 씨는 회상했다.
무너진 구조물은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가까운, 원형 바(BAR)가 2개 놓여있는 공간이었다. 한 목격자는 이 곳이 복층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공간이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당시 K 클럽에 370여 명이 몰린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은 붕괴된 구조물에 깔린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힘을 합쳐 철제 잔해를 들어올리려 했다. 또 일부 시민은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아래에서 구조물을 떠받쳤다. 119는 오전 2시 39분경 사고를 접수했고 7분 만인 오전 2시 46분경 사고 현장에 도착해 구조와 환자 이송을 벌였다.
하지만 최모 씨(38)와 오모 씨(27) 등 2명은 숨졌고 16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외국인 부상자 중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국과 네덜란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전날 우승한 미국 여자 수구 선수 K 씨(27)는 왼쪽 종아리가 10㎝ 정도 찢어지고 우즈베키스탄 선수 D 씨(23)는 목뼈를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119구조대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병원을 찾은 부상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추가 피해가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이 클럽에선 지난해 6월 중순에도 비슷한 붕괴사고가 일어나 20대 여성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고일 오전 2시경 이 클럽 2층 복층 구조물의 유리 바닥 일부가 무너져 아래에 있던 S 씨(25·여)가 부상을 입었고, 경찰은 업주 김모 씨(51)를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클럽의 불법 증축을 제대로 관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허가 담당 공무원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세계수영선구권대회 취재차 방한한 중국 신화통신 등 외신 기자들은 이날 오전 K클럽 주변에서 취재를 벌였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이날 홈페이지에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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